“타협하지 않으려면” (시편141편 묵상) – 8/17/2020

근묵자흑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검은 먹을 가까이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는 뜻입니다. 나쁜 환경 속에 살다보면 그것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물론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아무리 환경이 나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결국 개인의 성공 여부를 환경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그리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그것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개인마다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시편을 읽는다면 여러 가지 유익을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인은 “속히 내게 오시옵소서”란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란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호와여 내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며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란 시인의 기도가 이어집니다. 자신의 입술을 통제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내 입에 파수꾼’은 자신을 감시하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내 입술의 문’을 지키는 파수꾼이 필요하다는 간곡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야고보의 탄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야고보는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약3:8)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것은 언어 생활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사람을 저주하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언어 생활을 감시하자는 의미입니다. 시인은 이런 측면에서 자신의 입술을 지키는 파수꾼이 필요하다고 한 것입니다. 그는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서, “내 마음이 악한 일에 기울어 죄악을 행하는 자들과 함께 악을 행하지 말게 하시며 그들의 진수성찬을 먹지 말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추측컨대, 마음이 악에 기울면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그것을 합리화하고 변호하는 일에 치우칠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개인적인 신앙의 영역입니다. 말이 마음에서 나와 입을 통해 밖으로 표현되기에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자세는 아주 중요한 신앙 태도입니다.
시인은 지금 악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자신과 맹렬히 싸우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 탓을 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변호할 수 있는데도 그는 자신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 앞에서 솔직한 신앙 태도입니다. 이같은 태도는 타협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몸부림입니다. 시인은 “의인이 나를 칠지라도 은혜로 여기며 책망할지라도 머리의 기름 같이 여겨서 내 머리가 이를 거절하지 아니할지라”고 다짐을 합니다. 악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귀하게 받아들이려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심지어 악인들이 재난을 당해 고통을 당할 때에도 그는 “내가 항상 기도하리로다”고 결심을 합니다. 이것은 악인의 고통을 정의가 살아난 것으로만 보지 않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신앙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힘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주 여호와여 내 눈이 주께 향하며 내가 주께 피하오니”처럼 하나님 앞에 사는 정직함이 그를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신앙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가 악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 탓으로 돌리지 말고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우리 자신을 항상 하나님 앞에 세울 때에 우리는 악을 멀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