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욕하여 이르되 너는 그의 제자이나 우리는 모세의 제자라 하나님이 모세에게는 말씀하신 줄을 우리가 알거니와 이 사람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노라”
예수님이 활동하던 당시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인 점과 모세의 율법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아브라함과 모세는 유대인들의 민족적 자존심이었습니다. 이것을 손상시키는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스스로를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으로 아브라함과 모세보다 먼저 계셨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모세가 그의 글에서 예수님에 대해 기록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예수님이 아브라함보다 먼저 있었다는 놀라운 주장입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당시 유대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요셉의 아들로 알고 있었기에 그의 주장을 미친 사람의 말로 일축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맹인이었던 사람이 그들을 향해 ‘당신들도 그의 제자가 되려 하느냐’면서 도발적인 말을 합니다. 이에 대해 그들은 그를 향해 욕설을 내뱉습니다. 욕을 했다는 것은 그들의 분노가 조절 불가능했음을 보여줍니다. 예수의 제자가 되려 한다는 말이 그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들렸던 것입니다. 예수를 미친 사람으로 봤기에 그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같은 부류로 취급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를 향해 욕을 하면서 “너는 그의 제자이나 우리는 모세의 제자라”고 반박을 한 것입니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너는 그의 제자’라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예수처럼 미친 사람의 제자나 되라는 치욕을 안겨다준 것입니다. 동시에 자신들은 자랑스러운 모세의 제자임을 부각시킨 것입니다.
예수의 제자는 수치스러운 일이나 모세의 제자는 자랑스럽다는 유대인들의 잣대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는 말씀하신 줄을 우리가 알거니와 이 사람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노라” 때문입니다.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그들은 진정 예수란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할까요?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요?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셨다는 것은 이미 구약 성경을 통해 증명이 되었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유대인들은 자신있게 모세를 치켜세우면서 그의 제자임을 자랑스러워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란 사람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가 있을까요? 모세에 대한 진단은 옳지만 예수에 대한 판단은 너무도 편협했습니다. 그들이 예수에 대해 ‘그는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은 사실을 말한 것이 아니라 그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는 모세가 그리워하던 이스라엘의 메시아로서 이 땅에 오신 분입니다. 모세의 글이 메시아 예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유대인들이 반드시 수긍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게 할 때에야 그들은 비로소 모세의 제자가 아닌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을 가장 감격스러워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임을 자랑스러워하기 위해 우리는 예수님이 아브라함과 모세가 바라던 이스라엘의 메시아란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것은 요셉의 아들로 태어난 유대인이란 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세상의 구원자로서 하나님이 보내신 분이며 이미 아브라함과 모세도 바라보았던 분이란 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갑자기 수퍼맨처럼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오랜 약속의 성취자로서 오셨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보내신 유일한 세상의 구원자로서 예수님을 인정할 때에 우리는 그의 제자됨을 자랑스러워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마음 자세가 우리로 세상에서 당당히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도록 만들어 줍니다. 세상이 예수를 수치스럽게 모욕해도 우리는 그분을 가장 자랑스러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그의 제자로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마음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