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바리새인들도 그가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를 물으니 이르되 그 사람이 진흙을 내 눈에 바르매 내가 씻고 보나이다 하니 바리새인 중에 어떤 사람은 말하되 이 사람이 안식일을 지키지 아니하니 하나님께로부터 온 자가 아니라 하며 어떤 사람은 말하되 죄인으로서 어떻게 이러한 표적을 행하겠느냐 하여 그들 중에 분쟁이 있었더니 이에 맹인되었던 자에게 다시 묻되 그 사람이 네 눈을 뜨게 하였으니 너는 그를 어떠한 사람이라 하느냐 대답하되 선지자니이다 하니”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면 보통 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맞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집니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면 겁이 나고 위축이 됩니다. 그 속에서 소신을 지킨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 본문은 맹인이었던 사람이 눈을 뜬 이후에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된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눈을 뜬 놀라운 경험을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것을 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식일을 어겼다는 이유로 가장 기뻐해야 할 일이 비난을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 권력의 핵심부를 형성했던 바리새인들 앞에 서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그들은 맹인이었던 사람을 공개적으로 취조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면서 압박을 가합니다. 하지만 맹인이었던 그 사람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말합니다. 그는 자신이 눈을 뜬 것은 전적으로 예수님 때문임을 강조합니다. 진흙이나 눈에 바른 행위 또는 씻는 행위로 눈을 뜬 것이 아니라 오직 ‘그 사람’이 그 일을 해냈음을 증거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바리새인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납니다. 예수를 안식일을 어긴 죄인으로 정죄하는 측과 그렇게 보기에는 눈을 뜨게 한 기적 사건이 너무 강력하다는 측으로 나뉜 것입니다.
바리새인들 사이의 분쟁은 극심해졌고 결국 당사자인 맹인이었던 사람에게 재차 확인을 합니다. “그 사람이 네 눈을 뜨게 하였으니 너는 그를 어떠한 사람이라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어느 쪽으로 대답하느냐에 따라 그의 처지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그는 얼마든지 속으로 계산할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자신의 신변에 이로울지를 충분히 고민했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예수를 정죄하는 쪽으로 흘렀기에 그는 그것에 동조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공개적으로 예수를 “선지자”라고 고백합니다. 이것은 예수를 죄인으로 정죄한 바리새인들이 듣고 싶어한 답이 절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는 예수를 이스라엘이 대망하던 그 선지자로 고백한 것입니다.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그의 계산하지 않는 마음 자세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요?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면서 항상 이로운 쪽만을 선택하려는 마음 자세를 이겨낸 결과가 아닐까요? 그에게 이미 예수님에 대한 신앙이 생겼던 것입니다. 눈을 뜨게 한 예수님의 능력을 체험한 후에 그는 마음의 중심에 예수님을 두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심리적인 압박을 받으면서도 당당히 예수님을 ‘선지자’로 고백한 것입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이 예수님을 아무리 나쁘게 평가해도 그는 흔들림이 없이 예수님을 인정했던 것입니다.
불리한 상황에서 예수님을 신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맹인이었던 사람이 보여준 것을 우리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눈을 뜨게 해주신 예수님을 위해 어떤 손해도 감수하겠다는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도전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입은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예수님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제로 경험하고 있나요? 예수님 편에 서게 되면 입게 될 피해를 알면서도 꿋꿋이 믿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돌아볼 때입니다. 이것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의 삶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도록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자로서 이 땅을 산다는 것은 이렇듯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예수님의 사람으로 서 있는 것입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어도 이런 마음 자세를 갖는다면 우리는 의연해질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불리해도 우리는 예수님 편에 서서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