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예수께서 자기를 믿은 유대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예수님의 설교를 듣던 유대인들 사이에서 대조적인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적대적인 반응은 단순한 거절이 아닌 살해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극단적이었습니다. 반면 믿음으로 반응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30절, “이 말씀을 하시매 많은 사람이 믿더라.” 이것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설교를 받아들였음을 보여줍니다.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보인 믿음의 반응은 그것 자체로 충분히 인정받을만합니다. 이것만으로도 훌륭하며 칭찬들을만합니다. 하지만 이것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더 요구한다면 너무한 것일까요? 31절을 보면, “그러므로 예수께서 자기를 믿은 유대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내 말을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라 합니다. 믿음을 보인 이들에게 뭔가 새로운 요구를 하는 듯이 보입니다. 이것은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믿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주기 위해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는다면 자연스럽게 ‘그의 말에 거하는’ 변화가 일어나야함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그의 말에 거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착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의 가르침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조여매야 함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마치 운전할 때에 안전벨트를 매듯이 말입니다. 어떤 유혹에도 그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각오 뿐 아니라 목숨 걸고 지켜나가는 필사적인 노력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적대적인 유대 권력자들이 서슬퍼런 눈빛으로 감시하고 있으니 믿음을 지켜내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환경을 너무도 잘 아시기에 ‘내 말에 거하면’이란 단서를 붙이셨던 것입니다. 적대적인 환경에서 그의 가르침에 거한다는 것이 엄청 어렵다는 점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조금도 물러섬이 없이 믿는 이들에게 ‘내 말에 거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요구는 구약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하신 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애굽에서 이스라엘을 구출하신 이후 그들을 향해 십계명을 주신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거하라는 엄중한 요구였습니다. 애굽에서 구출된 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음을 십계명이 보여준 것입니다. 이제부터 철저히 하나님의 뜻에 맞춰가는 훈련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것을 예수님은 ‘내 말에 거하면’이란 말로 믿음 이후의 삶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가 들어야 할 진리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했을 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예수님 안에 거하는 실제적인 훈련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제자의 삶이란 스승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의 가르침 안에 거하는 훈련을 쌓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그를 신뢰할 뿐 아니라 그의 가르침에 매일 거하는 실제적인 삶인 것입니다. 믿음에서 제자됨을 분리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위험합니다. 믿음은 제자의 삶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합니다. 믿음 이후는 철저히 제자의 삶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믿는 것을 단순히 지적인 동의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무력화시키는 가장 위험한 일입니다. 믿음은 한 순간의 감정 표출도 아니며 아무 것도 모르고 엉겹결에 결정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믿는 대상에 대한 전적인 신뢰이며 삶을 통째로 드리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면 이렇듯이 그의 제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나타내야 합니다. 우리의 믿음을 약화시키는 세상의 수많은 유혹 속에서도 우리는 제자로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믿는 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