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6장64절-65절 “흔들리지 않도록” 2020년 12월 28일

“그러나 너희 중에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 있느니라 하시니 이는 예수께서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 누구며 자기를 팔 자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아심이러라 또 이르시되 그러므로 전에 너희에게 말하기를 내 아버지께서 오게 하여 주지 아니하시면 누구든지 내게 올 수 없다 하였노라 하시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으로 자신을 소개하신 예수님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가 영원히 살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중에 여럿이 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빠르게 퍼져나가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맑은 물에 잉크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전체를 검게 만들듯이 불신은 굉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평소 믿음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불신의 소리에 얼마든지 흔들릴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신뢰 하나로 뭉쳐 있던 사람들은 불신의 그늘이 드리워지자 와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찻잔 속의 폭풍이 아니라 토네이도처럼 집 전체를 붕괴시킬 정도로 불신은 파괴력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너희 중에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 있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제자들 그룹이 동요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으신 것입니다.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정체가 누구냐에 대해 예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본문 저자는 “이는 예수께서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 누구며 자기를 팔 자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아심이러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대목입니다. ‘처음부터’ 알고 계셨다면 미리 예방하지 않으시고 방치하신 것이 아니냐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불신과 배신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아심에도 그들을 내치지 않으신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예수님은 그들을 품으실 수 있어도 다른 제자들은 나쁜 영향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불신의 말이 공동체 전체에 퍼져나가면 마음이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예수님이신데 단지 ‘너희 중에 믿지 아니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만 주고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으시고 바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계십니다. 심지어 예수님은 “전에 너희에게 말하기를 내 아버지께서 오게 하여 주지 아니하시면 누구든지 내게 올 수 없다 하였노라”란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지금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님이 오게 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들 그룹에 불신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이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은 하나님이 오게 하지 않은 이들이란 이 메시지는 예수님을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을까요?

예수님은 불신을 거둬내고 믿음을 심어주시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이들은 불신과 신뢰 사이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우리 자신도 어떤 마음으로 예수님을 따르는지 미처 깨닫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인해 근본적인 회의감에 빠지게 되면 우리의 마음이 불신인지, 신뢰인지가 드러납니다. 감춰졌던 불신이 어떤 사건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불신이 드러났다고 끝이 아니란 점입니다. 예수님 곁을 떠나는 빌미로 삼아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더 불신하는 쪽으로 방치해서도 안됩니다. 예수님을 믿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정직한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일시적으로 흔들린 마음을 붙드는 신앙 자세입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흔들릴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불신하는 마음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옹호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냉정하게 자신을 채찍질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신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합니다. 무엇 때문에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불신을 신뢰로 바꿀 뿐 아니라 더욱 더 순수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따를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