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6장22절-26절 “정곡을 찌르다” 2020년 12월 4일

“이틑날 바다 건너편에 서 있던 무리가 배 한 척 외에 다른 배가 거기 없는 것과 또 어제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그 배에 오르지 아니하시고 제자들만 가는 것을 보았더니 (그러나 디베랴에서 배들이 주께서 축사하신 후 여럿이 떡 먹던 그 곳에 가까이 왔더라) 무리가 거기에 예수도 안 계시고 제자들도 없음을 보고 곧 배들을 타고 예수를 찾으러 가버나움으로 가서 바다 건너편에서 만나 랍비여 언제 여기 오셨나이까 하니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

이탈리아 아동 문학 작가가 쓴 “엄마찾아 삼만리”는 9살 소년이 엄마를 찾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나라까지 가서 만나게 된다는 여행담입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어린 소년의 눈으로 그려낸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동화입니다. 잃어버린 대상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면 모든 희생을 치르고라도 찾으려 합니다. 예를들어, 잃어버린 딸을 50년 넘게 찾아다니는 부모의 심정이나 두 살에 외국에 입양되어 40년이 흐른 뒤에 친부모를 찾겠다고 고국을 찾는 이의 심정이 어떠할지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 이상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을 경험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그들을 피해 멀리 떠나버리시면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예수님을 찾아다녔습니다.

예수님을 찾으려는 그들의 열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변을 샅샅히 뒤진 끝에 그들은 가버나움에서 예수님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다시 만났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그들은 볼멘 목소리로 “랍비여 언제 여기 오셨나이까”라고 묻습니다. 이것은 왜 여기에 있느냐고 따진 것입니다. 여기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타박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좋아하고 열렬히 응원하는데 왜 피하느냐란 불만을 드러낸 것입니다. 예수님이 너무도 필요해서 찾아 다녔고 드디어 만났기에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표출된 것입니다. 그들의 감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예수님은 조금은 냉정하게 응대하십니다. 26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 이것은 사람들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예수님을 찾아 오랜 시간 헤매었던 그들의 수고만 본다면 위로의 말을 하셨을만한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의 숨은 동기를 여과없이 드러내는 말씀을 하신 것을 볼 때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이렇게 하신 것입니다. 사람들 뿐 아니라 제자들까지 염두에 두시고 그들의 숨은 욕망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을 찾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를 추궁하듯이 지적하셨습니다.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란 말은 사람들의 자존심을 긁는 매서운 지적입니다.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해버리면 증명할 길이 없기에 어찌보면 위험한 지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개의치 않으시고 왜 찾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왜 나는 예수님을 믿는가’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더 나아가 ‘나는 왜 예수님을 필요로 하는가’란 질문도 해봐야 합니다. 예수님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면 건강한 신앙의 길로 들어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 안에 숨겨져 있는 동기를 날카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매우 훌륭한 신앙의 모습을 갖춘 것입니다. 남의 정곡을 찌르기 보다 내 안에 감춰진 욕망을 찌를 수 있을 때 우리는 예수님에 대한 순수한 신앙을 되찾을 수가 있습니다. 자신을 향해 정곡을 찌를 수 있는 신앙의 훈련은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줍니다. 필요를 채워주는 분이 아니라 평생 의지할 분으로 예수님을 찾는다면 우리는 세상의 유혹 앞에서 당당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주님 한 분 만으로 살 수 있다는 신앙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