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6장16절-21절 “익숙함을 넘어서야” 2020년 12월 3일

“저물매 제자들이 바다에 내려가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가버나움으로 가는데 이미 어두웠고 예수는 아직 그들에게 오시지 아니하셨더니 큰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어나더라 제자들이 노를 저어 십여 리쯤 가다가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 배에 가까이 오심을 보고 두려워하거늘 이르시되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 하신대 이에 기뻐서 배로 영접하니 배는 곧 그들이 가려던 땅에 이르렀더라”

예수님을 따르면서 제자들은 놀라운 일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평생 한 번 볼까 할 정도의 일들이 연거푸 그들의 눈 앞에서 펼쳐집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자들을 신앙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을 처음 봤을 때의 감격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반복해서 보게 되면 감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나중에는 별 감각이 없게 됩니다. 마치 이것처럼 예수님의 놀라운 기적들을 계속보면서 제자들은 영적으로 무감각해질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수님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지는 것입니다. 항상 곁에 있을 뿐 아니라 기적들을 일상처럼 보게 되면서 예수님에 대한 자신들의 감정과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모를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본문의 사건이 제자들에게 일어났던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예수님이 없는 채로 제자들은 배를 타고 가버나움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본문은 “이미 어두웠고 예수는 아직 그들에게 오시지 아니하셨더니”라고 상황을 묘사합니다. 이것은 하나의 복선으로 뭔가 제자들에게 위기가 닥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어둠과 예수님의 부재’가 제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얼마되지 않아 실제로 제자들은 커다란 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본문은 “큰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어나더라”고 설명합니다. 예수님이 없는 채 맞이하는 실제적인 삶의 위기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했을 때에 겪었던 위기와 전혀 다른 차원의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삶에 익숙해졌던 제자들이 지금 매우 낯선 환경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힘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문은 “제자들이 노를 저어 십여 리쯤 가다가”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둠과 예수님의 부재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제자들은 낯선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 때 예수님은 마치 평지를 걷듯이 바다 위를 걸어 배 가까이 다가오셨습니다. 이것을 눈으로 확인한 제자들은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설마 예수님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둠과 예수님의 부재, 거센 풍랑에 이어 이제는 공포심까지 더해지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예수님이 계셨더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닐텐데’라는 생각을 그들은 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너무도 익숙해진 나머지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느끼지 못했던 자신들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 위를 걸어오시는 분이 예수님인 것을 눈과 귀로 확인하게 됩니다.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그들은 기쁨으로 예수님을 배로 영접하게 됩니다. 배는 그 뒤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예수님을 기쁨으로 영접하는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을 마치 처음 만난 것 같은 감정을 그들이 느꼈던 것입니다. 익숙함이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감격적인 장면입니다.

신앙은 익숙함을 넘어 새로움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익숙함을 넘어서지 않으면 예수님을 믿는 즐거움이 사라집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이 익숙해지면서 기대감도 줄어들게 됩니다. 신앙 생활이 지루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무감각해집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수님에 대한 신선한 감정을 회복해야 합니다. 예수님과의 동행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도록 익숙함을 떨쳐내야 합니다. 익숙함을 낯설음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지루함을 신선함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것에 성공하면 우리는 마치 처음 예수님을 믿는 것처럼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