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5장14절-16절 “은혜를 입었지만” 11/5/2020

“그 후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그 사람을 만나 이르시되 보라 네가 나았으니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 그 사람이 유대인들에게 가서 자기를 고친 이는 예수라 하니라 그러므로 안식일에 이러한 일을 행하신다 하여 유대인들이 예수를 박해하게 된지라.”

거의 사십 년동안 중풍병으로 고생했던 이가 완치되었지만 안식일을 범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게 됩니다. 기쁨도 잠시 비난의 화살에 괴로워하던 그는 우연히 성전에서 예수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도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던 치료자를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본문은 “그 후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그 사람을 만나”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마치 그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장면입니다. 치료된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지만 미신이 가득한 우물 곁이 아닌 거룩한 성전에서 다시 만난 장면은 고침받은 환자에게 작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줍니다. 더 이상 우물이라는 미신에 사로잡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를 만난 직후에 전혀 예상치 못한 말씀을 하십니다. “보라 네가 나았으니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고침받은 환자의 중풍병이 죄의 결과였는지, 죄를 지으면 다시 중풍병에 걸리는 것인지, 아니면 더 심한 질병에 걸리는 것인지, 죄를 짓지 않으면 어떤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지 등을 놓고 격렬한 토론을 했지만 합의된 바는 없습니다. 과연 예수님은 어떤 의미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왜 불쑥 죄와 질병의 관계를 직설적으로 언급하신 것일까요? 우리는 이것을 너무 쉽게 일반화시키면 안됩니다. 맥락으로 이 말씀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네가 나았으니’에서 시작하십니다. 예수님의 능력으로 그는 치료되었습니다.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는 것은 이제부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찌보면 지금 고침받은 환자의 심리 상태를 너무 잘 알고 계셨기에 이렇게 말씀하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랜 세월동안 중풍병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가 이제는 자유를 얻었으니 무엇이든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자유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모든 것이 낯설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고드는 것이 죄의 유혹입니다. 마음의 욕망이 꿈틀대면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죄의 유혹이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그의 마음과 생각을 지배하려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질병 치료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입니다. 질병에서 벗어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죄를 더 짓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신 것입니다. 만약 죄의 노예가 된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더 심한 것이 생긴다’는 말씀에 경고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지금 고침받은 환자가 힘써야 할 것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은헤를 입은 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죄의 유혹과 싸우면서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침받은 환자는 이 말씀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을 더 지속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이 말씀에 담긴 의미를 더 알기 위해 예수님을 따르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안식일을 범했다는 오명을 벗고자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유대인들에게 가서 자기를 고치신 이는 예수”라고 고발했던 것입니다. 안식일 어김에 관한 모든 책임은 예수란 사람에게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로인해 유대인들의 박해를 공개적으로 받기 시작합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을 예수님에게 돌린 고침받은 환자의 의도는 성공한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은혜 입은 자로서는 너무도 민망한 행동을 한 것입니다. 은혜를 베푼 예수님을 궁지로 몰아넣는 부끄러운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은혜를 입었지만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혹시 은혜를 입은 우리들의 고질적인 약점이 아닐까요? 이기심으로 인해 예수님을 궁지로 몰아넣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혜 입은 사람으로서 합당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한시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