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넉 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
‘음식’을 주제로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신 예수님은 이번에는 ‘추수’란 주제로 하나님의 일이 무엇인지를 그의 제자들에게 가르치십니다. 그는 ‘나의 양식은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것’이라 하셨는데, ‘그의 일’이란 곧 ‘하나님의 뜻’으로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오늘 본문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추수하는 일’입니다.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농사 이야기가 아닙니다. 농사 비유를 통해 하나님이 이 땅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추수’라는 농부의 행위를 통해 지금 예수님이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선, 예수님은 “너희는 넉 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고 실제 추수 이야기로 시작을 하십니다. 이 말은 지금은 추수할 때가 아니란 의미입니다. 추수는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밭의 곡식은 아직 덜 익은 상태일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고 하십니다. 참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은 추수할 때가 아니라고 하신 다음에 당장 추수하게 되었다고 하시다니 도대체 어떤 상황인가요? 넉 달이 지나야 밭의 곡식이 희어져 추수하게 되어 있는데 예수님은 지금 당장 추수할 때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능력으로 넉 달의 시간이 앞당겨져 당장 곡식을 거두게 되었다는 뜻일까요? 여기서도 예수님은 같은 단어로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계십니다. 앞에서 ‘물’과 ‘음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지금 ‘추수’란 단어로 제자들의 안목을 새롭게 하고 계십니다. 눈 앞에 펼쳐진 밭의 곡식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곡식이 추수를 기다리고 있음을 보게 하십니다.
농부의 관점에서 지금 당장은 추수할 때가 아닙니다. 곡식이 익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관점에서는 지금 당장 추수할 때입니다. 곡식이 완전히 익어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둘 사이에 충돌이 있나요? 아닙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관점을 수용해서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곡식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곡식이란 무엇인가요? 본문에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는 장면은 어떤 상황인가요? 실제 밭을 의미할까요? 아닙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30절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들이 동네에서 나와 예수께로 오더라.” 수가 동네 사람들이 예수님을 보겠다고 단체로 몰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로 이 광경을 보시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고 하신 것입니다. 실제 밭이 아닌 사람들을 밭에 비유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몰려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밭 비유를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곡식이란 예수님에게 오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시각 차이를 확연히 볼 수가 있습니다. 제자들은 사람들로만 보지만 예수님은 추수할 대상으로 보십니다. 비인격적으로 보신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추수할 대상으로 보신다는 것은 익은 곡식을 거두는 농부의 심정으로 그들을 구원해내시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에게 몰려오는 사람들은 익은 곡식처럼 당장 추수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 예수님에게 오는 사람들은 구원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희어져 추수하게 된’ 상태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느냐는 것은 제자들의 숙제입니다. 이것은 모든 신앙인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람들을 보면서 구원받을 준비가 되었는지를 볼 수 있다면 교회는 영혼 구원에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시각이 없다면 단순히 사람만을 보는 수준에 머물러 버릴 것입니다. 영혼 구원 열망은 없는채 사람들을 대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점검할 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혼 구원에 대한 갈망이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는 이 일에 부르심을 받았음을 기억하고 새로운 눈으로 사람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