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4장31절-34절 “하나님의 일” 10/22/2020

“그 사이에 제자들이 청하여 이르되 랍비여 잡수소서 이르시되 내게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먹을 양식이 있느니라 제자들이 서로 말하되 누가 잡수실 것을 갖다 드렸는가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서 ‘물’을 주제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신 적이 있습니다. 우물에서 얻을 수 있는 물과 예수님이 주시는 물을 비교하면서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음식’을 주제로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중요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동네에서 사 온 음식을 예수님 앞에 놓고 “랍비여 잡수소서”라고 권합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순전히 위하는 마음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자신들의 배고픔을 빨리 해결하고자 독촉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선생인 예수님이 음식을 먹기 시작해야 자신들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자들의 눈에는 음식만이 보일 뿐입니다.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과 어떤 대화를 한 것인지와 여인이 물동이를 버려 두고 마을로 내려간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한 것입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사마리아 여인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궁금해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눈 앞에 있는 음식만이 가장 소중하게 보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심경을 잘 알고 계심에도 음식에 손을 대지 않으십니다. 대신에 전혀 예상치 못한 말씀을 하십니다. “내게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먹을 양식이 있느니라”고 하시면서 앞에 놓인 음식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나는 이미 먹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 음식이 필요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나는 다른 음식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너희가 알지 못하는 양식’이라 하십니다. 아주 수수께끼와 같은 말씀을 제자들에게 던지고 계십니다. 지금 당장 음식 먹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제자들의 심경은 어떠했을까요? 자기들이 가져온 음식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으시고 다른 먹을 양식이 있다고 하시는데 아무리 주변을 봐도 그런 음식은 보이질 않자 제자들은 “서로 말하되 누가 잡수실 것을 갖다 드렸는가” 하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다. 제자들도 모르는 음식을 예수님이 어디다 숨겨놓지 않고서야 눈에 띌텐데 그런 음식은 전혀 볼 수가 없으니 이렇게 서로에게 반문해보는 것입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대화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그냥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전적인 말씀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당장 배고픔을 해결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제자들이 반드시 들어야 할 영적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다. 34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 이 말씀은 어찌보면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갖고 온 음식과 예수님이 말씀하신 ‘나의 양식’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인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지금 당장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음식 앞에서 더 중요한 음식이 있다고 하심으로 제자들에게 뭔가를 알려주고 계셨던 것입니다. 제자들이 음식을 구하러 동네에 간 사이에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계셨음을 그들로 알게 하신 것입니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는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한 행위였음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먹을 음식의 중요성만을 생각하는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일을 이루는 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장면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도전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우리는 과연 제자들보다 더 나은 영성을 갖고 있을까요? 우리 앞에 놓인 삶의 문제들보다 하나님의 일을 이루는 일에 더 관심이 큰가요? 아무리 긴박한 현실의 문제라도 이 상황에서 하나님의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여유를 우리는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로 삶의 여러 가지 문제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