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며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회사에 취직한 후 첫 출근부터 냉대를 받는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마음이 상할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무도 반가워하지 않는다면 힘이 더 빠질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저자는 예수님의 오심을 환영하지 않는 세상과 자기 백성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과연 예수님이 불청객이냐란 이슈를 다룹니다. 거절당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면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라고 하면서 예수님의 존재를 비유적으로 묘사합니다.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오신 예수님이란 표현은 반가울 수 밖에 없는 분이심을 드러낸 것입니다. 빛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예수님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다는 말로 강력히 드러냅니다.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힌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저자는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란 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무 감정도 없이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이 아닙니다. 앞 단락에서 세상이 그의 피조물임을 강조했기에 알지 못했다는 진단은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것입니다. 어찌 이런 반응을 할 수 있는지 경악스러울 뿐입니다. 모를 수가 없는 존재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다니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기가막힐 지경입니다. 저자는 세상이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것조차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나는 몰랐어. 그러니 어쩌라고’ 식으로 뻔뻔함이 잔뜩 묻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자신의 무지를 핑계거리로 사용할지 몰라도 그것은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무지의 반응은 세상이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더 수치스러운 장면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세상의 무지한 반응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 장면은 훨씬 더 강렬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로마 황제를 거절하는 로마 백성을 상상할 수 없듯이 이 장면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직 하나 가능한 상상은 반역입니다. 반역을 일으켰다면 왕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왕을 세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왕이 자기 땅에 왔는데 자기 백성이 거절했다면 백성들이 다른 왕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왕이 잠시 다른 나라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자기 나라 백성이 이미 다른 왕을 세우고 반역을 한 것입니다. 저자는 이미 이런 장면을 예수님의 생애를 통해 확인했기에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자기 땅인 이스라엘 나라에 오셨지만 자기 백성인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를 영접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왕을 섬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대제사장들은 빌라도 앞에서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요19:15)고 말했습니다.
세상은 창조주를 알지 못하고 이스라엘은 자기 왕을 영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놀라운 일이 발생합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창조주와 왕으로 영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곧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혈통과 육정, 사람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으로 다시 태어난 새로운 생명들입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이스라엘 땅에서 확인했고, 교회들이 소아시아에 세워지는 것을 보면서 거듭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생명은 계속 태어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하는 이들은 민족, 인종, 국가, 지역, 신분, 직업을 구분하지 않고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창조주와 왕으로 모신 이들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이 땅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참 빛을 받아들인 진실한 반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