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1장 4절-6절 “예수님만이 채워줄 수 있기에” 2021년 12월 29일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이르시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시니 이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에 들 수 없더라”

부활하신 예수님을 두 번이나 만났지만 베드로를 비롯한 다른 제자들은 물고기를 잡으러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밤새도록 아무 것도 잡지 못한채 바닷가로 돌아오게 된 제자들은 생각지도 않은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마치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바닷가에 서 있었습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고생만 하고 돌아온 그들의 마음과 감정 상태는 매우 지쳐 있었을 것입니다. 바닷가에 누가 서 있었지만 그가 누군지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아직 날이 훤히 밝아진 상태가 아니라 멀리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본문은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고 적고 있습니다. 육안으로 약간의 어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분간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설마 예수님이 여기에 와 계실 줄을 그들은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그들의 마음에 예수님의 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음에도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오셨습니다. 자신이 온 줄을 전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이 누군지도 알아보지 못하는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은 먹을 것이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애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먹을 것이 있느냐’로 영어 성경은 번역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잡았느냐고 묻지 아니하시고 그저 먹을 무엇인가가 있느냐고만 물으셨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제자들은 ‘없다’고 풀이 죽은 상태로 답을 했습니다. 이 때 바닷가에 서 있는 사람이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고 하는 것을 그들은 들었습니다. 그물을 특정한 위치에 던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과연 이 순간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지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장면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어부로 있을 때에 자신들을 부르셨던 예수님의 모습이 머리 속에 떠올랐을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말한 이가 예수이신 줄은 몰랐으나 그가 하는 말에서 어떤 권위를 느꼈던 제자들은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물고기가 너무도 많아 도저히 들어올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확실해졌을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명령한 이가 누구인지 그들은 알아챘을 것입니다. 예수님 말고 어느 누가 물고기를 그물 가득히 잡을 수 있게 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밤이 새도록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이 일을 해내실 수가 있었음을 제자들은 즉시 깨우쳤을 것입니다.

제자들의 텅 빈 그물을 물고기로 가득 채우신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도 인상적입니다. 이는 오직 그분만이 채워주실 수 있는 영역임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물고기를 많이 잡아 이윤을 가득 남기는 경제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의 텅 빈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죽음도 이겨내신 예수님이 제자들의 마음 속에 있는 빈공간을 채워주셨습니다. 물고기를 그물 가득히 잡았다는 것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제자들 마음 속으로 들어오심으로 채워졌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없는 상태로 살아갈 수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그들은 깨달았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떨어져 있던 제자들이 이제서야 온전히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이 시대 교회를 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과연 우리는 예수님으로 마음을 채우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물질과 세상 욕망으로 채워진 상태로 교회만 다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입니다. 예수님 없이는 더 이상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음을 깨달은 자로서 우리는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