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가 돌이켜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따르는 것을 보니 그는 만찬석에서 예수의 품에 의지하여 주님 주님을 파는 자가 누구오니이까 묻던 자더라 이에 베드로가 그를 보고 예수께 여짜오되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사옵나이까”
예수님을 따르던 열 두 제자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가에 대해 복음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기질과 사회적인 배경을 지닌 이들이 함께 공동 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을 따랐지만 서로를 견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요한복음서를 보면 유독 관계가 가까운 사이가 있었습니다.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그들입니다. 이들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요한복음서는 여러 차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로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달려가 확인한 장면을 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다른 제자들과 달리 이 제자에게만은 ‘예수께서 사랑하시는’이란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도 베드로가 돌이켜 한 사람을 보았는데,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라고 수식어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 수식어는 요한복음 13:23, “예수의 제자 중 하나 곧 그가 사랑하시는 자가 예수의 품에 의지하여 누웠는지라”에서 확실히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편견에 의해 나온 수식어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당시 제자들이 다 인정했던 수식어였습니다. 베드로도 이 점을 부정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을 시기하는 마음을 베드로가 품었었느냐란 부분에 대해서는 성경이 다루지 않기에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베드로가 이 사람에 대해 묘한 경쟁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면서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그가 보일 수 있는 행동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또 다른 제자에게 주목하는 베드로의 모습을 오늘 본문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평소 예수님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였던 것입니다. 본문을 보면, “베드로가 돌이켜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따르는 것을 보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베드로의 눈에 다른 제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유독 이 제자만이 크게 보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만찬석에서 예수의 품에 의지하여 주님 주님을 파는 자가 누구오니이까 묻던 자더라”고 본문이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베드로의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베드로가 주목한 사람이 예수님의 사랑을 평소에 많이 받았던 그 제자란 점을 본문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해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사옵나이까”라고 묻는 것을 볼 때에 그의 초미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에게 항상 신경쓰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가 있는 대목입니다. ‘나를 따르라’는 엄중한 예수님의 명령 앞에서도 이 제자의 앞 날이 어떻게 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때에 그의 마음이 지금 무엇에 기울여져 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베드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세 번에 걸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것과 ‘나를 따르라’고 하신 것에 비추어 자신의 앞 날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놓고 깊이 고민할 시기였습니다.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자신을 다스려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매우 중요한 교훈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각 사람은 옆 사람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누구를 따르고 있는지를 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경쟁이 무한대로 확장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우월감에 사로잡힐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이겨내고 우리를 사랑하셔서 부르신 예수님에게 모든 관심을 둘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