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두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양을 치라 하시고”
부활하신 이후 세 번째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집중하셨습니다. 다른 복음서와 달리 요한복음서는 베드로와 예수님의 대화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세 번이나 같은 질문을 던진 예수님과 동일한 답변을 세 번이나 한 베드로를 의미심장한 시각으로 이렇게 자세히 기록한 것은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인 것이 분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둘 사이의 관계 회복 차원이 아닌 훨씬 더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그 누구보다 더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내 양을 먹이라’와 ‘내 양을 치라’는 당부의 말씀을 보면서 예수님은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개인적 관계 개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 양’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수님을 따르는 수많은 양들을 고려해서 베드로에게 교훈을 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베드로 한 사람에게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수님의 양무리를 어떻게 목양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개인의 영적 성장을 위한 세밀한 돌봄도 있지만 베드로가 목자로서 어떻게 예수님의 양무리를 목양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주셨던 것입니다. 앞으로 베드로가 감당해야 할 목양의 막중한 책임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란 세 번의 질문과 ‘내 양을 먹이고 치라’는 명령에서 우리는 확실히 읽을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베드로의 마음을 확인하시면서 그에게 ‘내 양을 먹이고 치라’고 하신 것을 볼 때에 목양과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밀접한지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이나 확인하셨던 것은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내 양을 먹이고 치라’는 사명을 감당할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그 어떤 대상보다 더 사랑해야만 그를 따르는 수많은 양무리를 제대로 돌볼 수가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과의 관계가 그분의 양들을 돌보는 목양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야 함을 보여준 것입니다. 베드로가 해야 할 일은 양을 돌보는 사역인데 이것은 철저히 예수님에 대한 그의 충성심에서 나와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입니다. 실제로 사도행전을 보면 베드로가 자신에게 맡겨진 목양 사역에서 개인적인 야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예수님을 위한 헌신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것을 볼 때에 베드로가 예수님의 뜻을 제대로 이해했음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열정 하나로 베드로는 예수님의 양무리를 돌보는 사역을 감당했던 것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쓴 첫 번째 편지에서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벧전4:10)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선한 청지기’로서 교회를 위해 봉사하라는 당부는 그가 예수님에게서 배운 것을 교회 일꾼들에게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즉, 자신이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목양했듯이 교회 일꾼들도 그런 마음 자세로 임해야 함을 가르쳤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동안 제자들은 개인적인 욕망이나 야망을 드러낸 적이 있었습니다. 서로 경쟁하면서 누가 이인자가 될 것인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습니다. 베드로는 목숨을 예수님을 위해 바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세 번이나 부인했습니다. 과연 이들이 예수님의 양무리들을 제대로 목양할 수가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베드로를 다시 부르셔서 자신의 양떼를 맡기셨습니다. ‘내 양을 먹이고 치라’는 위임을 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도 놀랍고 경이롭게 보일 정도입니다. 이렇게 신임을 받은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은 막중한 책임을 지는 위치에 서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이들만의 일이겠습니까? 현재 모든 교회가 짊어져야 할 막중한 책임이 바로 이것입니다. 개인의 야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주님이 맡겨주신 양무리를 돌보기 위해 서로 봉사하는 책임있는 모습이 교회 안에 나타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주님의 교회인 양무리를 위한 헌신을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