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1장 15절 “부족하고 연약한 사랑이지만” 2022년 1월 6일

“그들이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 하시고”

부활하신 이후 세 번이나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은 베드로와의 단독 면담 형식으로 그의 마음 상태를 점검하셨습니다. 세 번에 걸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이 질문을 놓고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세 번의 사랑 표현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3’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 또는 확실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훨씬 나은 해석일 수가 있습니다. 베드로의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확실한지를 세 번의 같은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사랑’이란 단어가 원문을 보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들어 전혀 다른 ‘사랑’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도 자의적인 해석일 수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사안입니다. 왜 세 번씩이나 같은 질문을 던진 것인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가 있지만 각 질문에 나오는 차별적인 부분을 발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 여겨집니다. 첫 번째 질문에서 주목할 것은 ‘이 사람들보다’라는 비교급 사용일 것입니다. 뒤이어 나오는 같은 질문에는 이 비교급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왜 이렇게 비교하면서 사랑의 크기를 알려고 하셨는지를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베드로의 예수님을 향한 사랑의 크기를 드러내면서 주변에 있는 다른 제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도록 하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면서까지 제자들을 아끼고 보호하셨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당부도 하셨습니다. 이들이 서로간에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면 예수님의 제자임이 드러날 것이라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나를 더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것인데 이 질문은 베드로만이 아니라 다른 제자들에게도 동일한 무게로 다가갔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가장 사랑해야만 하는 독특한 명령을 받은 것입니다. 이를 확인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베드로를 비롯해서 제자들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베드로는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십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솔직한 베드로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세 번을 부인했던 죄책감도 있었지만 예수님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그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가장 잘 아십니다’고 했던 것입니다. 부족하고 연약한 사랑이지만 예수님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는 대목입니다. 사랑이 완벽했다면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과 상황에 따라 사랑이 위축되기도 했기에 베드로는 죄송한 마음을 담아 예수님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던 것입니다. 좀 더 완벽하고 멋진 사랑으로 예수님을 위해 살았다면 후회가 없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베드로가 멋있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에 이런 저런 이유로 그 사랑이 오염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전혀 오염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지만 그것이 하나의 희망에 불과함을 우리는 잘 압니다. 물론 왜곡되기도 하고 오염되기도 하는 사랑이지만 그런 요소 때문에 사랑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베드로의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비록 오염되었지만 조금도 숨김없이 그 사랑을 표현했던 것처럼 우리도 부족하고 연약한 사랑이지만 그것을 예수님에게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며 비교할 수 없는 것임을 마음에 깊이 새겨두어야 합니다.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겨 예수님을 향한 사랑의 크기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회복하기 위해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에 주님을 향한 사랑의 크기가 가장 큰 지를 놓고 스스로를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다른 것에 빼앗기지 않고 주님을 가장 사랑할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