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1장 13절 “사랑으로 돌보시는 주님” 2022년 1월 4일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

바닷가에서 제자들을 맞이하신 예수님은 손수 아침 식사를 준비하셨습니다. 부활의 몸으로 친히 음식을 마련하신 것입니다. 떡과 구운 생선을 마련해놓고 제자들을 초대하셨습니다. ‘와서 조반을 먹으라’고 하신 예수님은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직접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생선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셨습니다. 제자들이 음식을 가져다가 먹을 수도 있었지만 예수님이 직접 챙겨주시는 모습을 본문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은 예수님이 사역하시는 동안에 보여준 장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의 성인들을 먹이셨던 모습과 죽음 직전에 제자들과 나눴던 만찬 장면이 그것입니다. 한 번은 허기진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셨고, 다른 한 번은 자신의 죽음을 기리는 차원에서 만찬을 베푸셨습니다. 이번에는 제자들에게 직접 떡과 생선을 나눠주심으로 부활의 확실성을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시기 위해 떡과 생선을 직접 준비하신 것은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시고 돌보실 것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음에도 과거 어부 생활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의 삶 한 가운데로 다시 들어오셨습니다.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지 못하던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인해 예수님이 없는 삶은 불가능함을 깨우쳤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떠나 자기들만의 삶을 꾸민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음을 깊이 느꼈을 것입니다.

요한복음서는 제자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13:1)입니다. 얼마나 제자들을 아끼고 사랑하시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기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표현은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15:13)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사람들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도 버리셨던 십자가 죽음을 예고하신 것인데,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표현하셨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예수님은 부활 이전이나 이후나 동일하게 제자들을 아끼고 사랑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이후에는 이렇게 직접 아침 식사까지 준비하셔서 제자들에게 떡과 생선을 나눠주심으로 그의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을 어떻게 사랑하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사랑의 진정한 모습을 몸소 실천하셨던 것입니다. 끝없이 베푸시는 예수님의 넘치는 사랑의 모습은 구약에서 이스라엘에게 보여주셨던 하나님의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사랑이 예수님을 통해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던 것입니다.

바울은 예수님을 통한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라”(롬5:8)라고 묘사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자기 사람들을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신 것을 우리가 더욱 깊이 깨달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그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사랑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부활하신 후에도 제자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마련해 놓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떡과 생선을 직접 나눠주셨던 것에서 예수님의 사랑이 어느 정도로 구체적일 수 있는지를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에도 여전히 이 땅의 삶에 깊은 관심을 두고 계셨습니다. 지금도 이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 삶 깊숙히 개입하시고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의 필요를 아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채워주시는 주님의 사랑의 손길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