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1장 1절-3절 “사명감이 사라지고 나면” 2021년 12월 28일

“그 후에 예수께서 디베랴 호수에서 또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셨으니 나타내신 일은 이러하니라 시몬 베드로와 디두모라 하는 도마와 갈릴리 가나 사람 나다나엘과 세베대의 아들들과 또 다른 제자 둘이 함께 있더니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를 잡으러 가노라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다 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이야기를 요한복음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복음서와 달리 이것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두 번이나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던 장면을 기록한 요한복음서는 마치 글을 끝맺기라도 하듯이 글을 쓰는 목적까지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본문인 21장을 기록한 것에 대해 학자들은 여러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어떤 견해가 옳으냐보다는 이 마지막 장을 기록한 내용 자체를 통해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본문은 “그 후에 예수께서 디베랴 호수에서 또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신 일은 이러하니라”고 시작합니다. 이미 앞에서 두 번에 걸쳐 자신을 나타내신 것과 비교하도록 유도하는 듯이 보입니다. 우리가 앞 장에서 확인했듯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던 제자들에게 첫 번째로 자신을 나타내셨던 예수님은 도마의 믿음을 회복시키기 위해 두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내셨습니다. 둘 다 제자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부활의 몸을 나타내셨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 번째 나타내심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이 점을 좀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7명의 제자들이 함께 모여 있었는데,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우리도 함께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배에 올라 바다에 나갔으나 아무 것도 잡지를 못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부활하신 예수님을 두 번이나 만났던 상태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평강을 주셨고 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본업이었던 어부 생활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하라고 명령하신 일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밤이 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아무 것도 잡지를 못했습니다. 물고기 잡는 실력이 줄어서였는지에 대해 본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7명의 제자들이 한 마음으로 물고기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아무 것도 잡지 못했다는 점만을 본문이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부활의 예수님을 두 번이나 만났던 이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물고기를 잡고 있으라고 예수님이 명령하신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예수님의 명령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생계를 위해 어쩔 수가 없이 일을 해야하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물고기 잡으러 바다로 간 이들의 모습은 뭔가 이상해 보일 뿐입니다. 사명감은 사라진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하는 신앙과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자들이 부활의 예수님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물고기를 잡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의식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저 일상의 삶을 살아가려고 어부 생활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위한 삶과는 상관이 없는 일상의 삶이었습니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했고 이것을 세상에 알려야 할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만을 하면서 살아갈 수가 없는 이들이 된 것입니다. 물론 필요하면 어부 생활도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바울이 천막 짓는 일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과 아무 관계 없는 어부 생활이라면 이것은 신앙적으로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사명감은 사라지고 오직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리는 것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합당하지가 않습니다. 이것은 이 땅에 사는 모든 신앙인들에게 주어지는 엄중한 경고라 할 수가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사명감을 가진 자로서 이 땅을 살아가는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