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베드로는 따라와서 무덤에 들어가 보니 세마포가 놓였고 또 머리를 쌌던 수건은 세마포와 함께 놓이지 않고 딴 곳에 쌌던 대로 놓여 있더라 그 때에야 무덤에 먼저 갔던 그 다른 제자도 들어가 보고 믿더라”
기독교 신앙은 역사적인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 일어난 사건과 인물을 기초로 기독교가 세워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은 실제 인물입니다. 허구로 꾸며진 존재가 아니라 역사의 한 가운데에 사셨던 분이십니다. 그의 십자가 죽음도 사실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죽은 것을 가짜로 십자가에 죽었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무덤에 안치된 것도 사실입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것도 사실일까요? 이에 대해 성경은 확고하게 사실이라고 증거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한복음서는 다른 복음서와 달리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매우 꼼꼼하게 빈 무덤인 것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를 시작으로 베드로와 그 다른 제자가 실제 확인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다른 제자는 무덤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베드로는 주저하는 것이 없이 곧바로 무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목격한 것을 본문은 매우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세마포가 놓였고 또 머리를 쌌던 수건은 세마포와 함께 놓이지 않고 딴 곳에 쌌던 대로 놓여 있더라.” 예수님의 시체만 없을 뿐 다른 모든 것들은 무덤 안에 있었습니다. 특별히 수건의 위치까지 꼼꼼히 기록한 것을 볼 때에 목격자의 증언이 얼마나 확실한지를 강조하려 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두 제자가 목격한 이야기가 꾸며진 것이 아님을 담담히 설명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베드로보다 먼저 무덤에 도착했으나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그 다른 제자’는 과연 어떻게 되었나요? “그 때에야 무덤에 먼저 갔던 그 다른 제자도 들어가 보고 믿더라”면서 그 또한 목격자임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두려움으로 무덤 안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베드로의 용기 있는 행동에 자극을 받아 그도 그 안에 들어가 두 눈으로 시체가 없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 다른 제자도 들어가 보고 믿더라”는 묘사는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입니다. 특히 ‘보고 믿더라’는 이중적 확인은 그가 목격한 것이 확실함을 드러낸 것입니다. 예수의 시체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무덤이 비어 있었다는 점만은 분명했음을 ‘보고 믿더라’는 말로 확고히 한 것입니다. 여기서 ‘보고 믿더라’는 표현은 보지 않고 믿어야 한다는 기독교 신앙과 전혀 부딪히지 않습니다. 시체가 없음을 보고 믿었기에 보지 않고 믿는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놓치면 안됩니다. 그 다른 제자가 보여준 ‘믿음’은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 ‘보고 믿더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은 믿음 이야기가 아닌 목격자로서의 신뢰의 문제임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와 그 다른 제자가 직접 눈으로 빈 무덤인 것을 확인한 것을 본문이 이렇게까지 자세히 기록한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었던 두 제자가 예수의 시체가 없는 빈 무덤을 확인한 사실은 이후 그들의 증언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예수의 부활이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것임을 빈 무덤이 더욱 확실하게 해준 것임을 우리는 알 수가 있습니다. 죽지 않고 기절했던 예수가 마치 부활한 것처럼 꾸몄다고 말하는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를 일축시키는 결정적인 장면인 것입니다. 죽었고 무덤에 안치되었으며 무덤 앞을 돌이 막고 있었는데 이렇게 빈 무덤으로 확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메시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빈 무덤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시체가 안치된 무덤이 비어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에 철저히 기반을 두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시체가 있었던 무덤은 비어 있었고 이를 목격한 이들의 증언은 지금도 생생히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