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0장 28절 “체험에서 나온 신앙 고백” 2021년 12월 23일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예수님이 부활의 몸을 제자들에게 첫 번째로 나타내셨을 때에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는 직접 손으로 부활의 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 뒤 8일만에 예수님은 다시 제자들의 모임에 나타나셨습니다. 이번에는 오직 한 사람인 도마를 위해 그 자리에 오신 주님은 도마를 향해 부활의 몸을 확인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는 권면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도마는 예수님의 못 자국난 손을 만지거나 그의 옆구리에 난 흉터를 확인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신앙 고백을 했습니다.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이것은 예수님을 향한 그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앙 고백이었습니다. 이 고백은 주입식으로 배워서 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암기한 후에 답을 말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도마가 부활의 주님을 만나 후에 하게 된 체험적 신앙고백입니다. 물론 이 고백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요한복음 11장16절에서 도마는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주여 주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거늘 그 길을 어찌 알겠사옵나이까”(요14:5)란 질문을 던진 적도 있습니다. 이 두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예수님을 ‘주’라고 불렀다는 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그가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한 것과 겉으로 볼 때에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과 부활을 거친 예수님을 다시 만난 이 자리에서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한 것은 질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놓치면 안됩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을 향해 신앙 고백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여러 군데 나옵니다. 모두 다 주님을 만난 체험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본문에서 부활의 예수님을 향해 도마가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한 것은 훨씬 더 강력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주님이 죽으신 것을 보았던 그가 다른 제자들로부터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반응했기에 지금의 고백은 그에게 특별했을 것입니다. 다른 제자들과 달리 도마는 더 큰 충격 속에서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그 뒤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성경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이 고백을 붙들고 평생 주님을 위해 살았을 것입니다. 주님을 향한 그의 마음은 이 고백처럼 단단해졌을 것입니다. 부활의 몸을 손으로 확인해야만 믿겠다고 했던 그의 부끄러운 모습과 함께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한 그의 신앙 고백은 그의 삶을 지탱해주었을 것입니다. 한 때 주님을 의심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그는 주를 위해 최선의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부활의 예수님을 직접 만난 체험은 도마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도마처럼 예수님을 향해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이 고백이 경험이 아닌 지식과 정보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 고백이 성경적으로 정답이라고 배웠기에 앵무새처럼 아무 느낌도 없이 답만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현장에서 실제로 주님을 체험하면서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진심을 담아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 체험이 많을수록 우리의 신앙은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예수님을 붙들고 있는 우리의 손이 나약해져 조금만 타격을 받아도 쉽게 손을 놓아버리는 우리의 신앙에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이제는 나약함을 핑계로 주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것이 체험에서 나온 신앙 고백이 갖는 진정한 영적인 힘입니다. 성경 지식은 팽창해지는데 신앙 체험은 메말라가는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는 길은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신앙 고백이 풍성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백이 우리 삶에 더욱 많아지도록 서로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