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레를 지나서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있을 때에 도마도 함께 있고 문들이 닫혔는데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시고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예수님은 부활의 몸을 제자들에게 나타내셨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부활의 몸을 보지 않고는 절대 믿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드러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다시 한 번 제자들이 모인 집에 오셨습니다. 이번에도 문이 닫혔는데 예수님이 집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전과 같이 이번에도 그들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고 하셨습니다. 19절에서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란 측면이 강조된 것에 비해 오늘 본문은 “도마도 함께 있고”란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마 한 사람을 위해 예수님이 제자들이 모인 곳에 오셨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예수님은 부활의 몸을 도마가 확인하도록 촉구하셨습니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고 말입니다. 25절에서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고 한 도마의 말을 다 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도마가 이 말을 했을 때에 예수님이 그 자리에 없었기에 이 장면은 놀라울 뿐입니다. 예수님이 마치 그의 옆에 있었던 것처럼 다 아셨던 것입니다. 도마 개인의 신앙적인 약점을 다 아시고서 이렇게 그에게 부활의 몸을 나타내셨던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손으로 만져보고 확인하라고 하신 다음에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부활의 몸을 도마에게 확인하게 하신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믿음 없는 자에서 벗어나 이제는 믿는 자로서 살아가도록 하시기 위해서 부활의 몸을 그에게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모든 믿는 신자에게 허락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도마에게는 이렇게 부활의 몸을 직접 만져보고 확인하도록 하신 것은 그가 열두 제자 중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열두 제자는 부활의 몸을 직접 확인해야 했으며 그것을 세상에 알려야 할 책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이 부활에 대해 믿는 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본 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 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꾸중일 수도 있지만 따뜻한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도마의 신앙을 회복시키려는 예수님의 세심한 배려가 드러난 것입니다. 도마는 부활의 몸을 믿는 자가 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다른 제자들처럼 눈으로 확인한 후에 믿는 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도마를 비롯한 다른 제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자가 된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한 후에 부활의 몸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이 보고 기록한 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와 열두 제자들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여기서 생깁니다. 우리는 그들이 눈으로 보고 부활의 몸을 증언한 것을 근거로 그것을 믿고 신앙 생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도마가 믿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라도 너무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가 부활을 믿는 자가 되어야 우리도 도마의 증언을 근거로 부활의 몸을 믿고 다른 이들에게 증언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히려 도마의 고집스러운 면을 고마워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제자들의 말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에 믿는 자가 된 것을 귀하게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부활의 몸을 직접 확인한 것을 오늘 본문이 기록해놓은 것은 어찌보면 우리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부활의 몸을 직접 만지고 확인하지 않았지만 도마의 증언을 믿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마가 믿는 자가 된 것처럼 우리도 도마의 증언을 통해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직접 부활의 몸을 확인해야만 믿겠다고 말하면 안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허락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도마의 증언을 토대로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증언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