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하시니 마리아는 그가 동산지기인 줄 알고 이르되 주여 당신이 옮겼거든 어디 두었는지 내게 이르소서 그리하면 내가 가져가리이다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시거늘 마리아가 돌이켜 히브리 말로 랍오니 하니 (이는 선생님이라는 말이라)”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예수님이 가장 먼저 막달라 마리아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신 장면을 요한복음서 저자는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먼저 말을 거셨음에도 마리아는 그가 단순히 동산지기인 줄 알고 있었다고 본문이 적고 있는데, 그만큼 다시 살아나실 것이란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녀에게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고 물으셨을 때에도 그녀는 “주여 당신이 옮겼거든 어디 두었는지 내게 이르소서 그리하면 내가 가져가리이다”고 하면서 여전히 부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들었지만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를 동산지기로 생각한 마리아는 혹시나 그가 예수의 시체를 가져간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었고, 상대방이 만약 그랬다면 자신이 직접 그 시체를 가져올테니 알려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어떻게든 시체만은 되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음을 보여줍니다.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눈 앞에서 보고 있음에도 시체 찾기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마리아가 예수님의 부활을 인지할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마치 이것을 본문이 알고나 있는 것처럼 곧바로 마리아가 예수님을 인지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보면 의외로 단순합니다. 예수님이 “마리아야”하시자 그녀는 “랍오니”라고 반응합니다. 이것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는 결정적인 장면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보았고 그의 목소리까지 들었음에도 전혀 알아보지 못했던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랍오니’라면서 알아본 것입니다. 마침내 예수님을 알아본 것입니다. 죽은 자였던 예수가 살아서 자신의 눈 앞에 있음을 인지한 것입니다. 마리아가 느꼈을 충격과 감정에 대해서 본문은 조금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수를 보았으나 예수이신 줄 알지 못했던 그녀가 지금 ‘랍오니’라면서 알아보았다고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를 죽은 자로만 알았던 그녀가 이제 그를 산 자로 알게 된 이 상황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한 사람에게 일어난 가장 혁명적인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의 인생에 이보다 더 중요한 사건은 없을 정도로 이 장면은 엄청난 영향을 그녀에게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살아난 예수를 알아보았다는 정도로만 본문이 기록한 것은 절제의 미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과도한 묘사나 지나친 감정 표출보다 더 강력한 느낌을 전달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예수이신 줄 알아보았다는 점입니다. 객관적인 사실로 알아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관계로 알아본 것입니다. 예수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었어도 알아보지 못했던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예수를 알아보았다는 것은 관계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것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의 예수님이 교회를 박해한 사울에게 ‘사울아, 사울아’라면서 이름을 부르신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것 또한 관계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사울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시겠다고 선언한 것이었습니다. 예수에 대한 객관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사울이 이제는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오신 부활의 예수님을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막달라 마리아나 사울처럼 지금도 이런 변화를 경험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죽은 자 가운데서 삼일만에 살아나신 예수님을 주관적으로 받아들여 삶의 큰 변화를 체험하는 이들이 지금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부활의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물결은 줄어들 수가 없습니다. 지난 기독교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부활의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후 삶의 변화를 겪은 이들의 증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물결에 합류하고 있다면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사람들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