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0장 11절-13절 “포기할 수 없는 마음으로” 2021년 12월 8일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더니 울면서 구부려 무덤 안을 들여다보니 흰 옷 입은 두 천사가 예수의 시체 뉘었던 곳에 하나는 머리 편에, 하나는 발 편에 앉았더라 천사들이 이르되 여자여 어찌하여 우느냐 이르되 사람들이 내 주님을 옮겨다가 어디 두었는지 내가 알지 못함이니이다”

예수님의 시체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막달라 마리아는 베드로와 다른 제자처럼 집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막막한 심정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덤 안으로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무덤 안을 들여다보기만 했습니다. 이미 두 제자가 안으로 들어가 확인했기에 그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서 자꾸 안을 들여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 안에 두 명의 존재가 앉아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본문은 ‘두 천사’가 앉아 있다고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두 천사가 예수의 시체 뉘었던 곳에 하나는 머리 편에, 하나는 발 편에 앉았더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자리를 뜨지 않고 밖에 서 있었는데 언제 이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그녀가 두 사람에게 언제 그 안으로 들어갔느냐고 얼마든지 물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경황이 없었는지 이런 질문을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저 울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두 천사가 ‘왜 우느냐’고 묻자 그녀는 “사람들이 내 주님을 옮겨다가 어디 두었는지 내가 알지 못함이니이다”고 답을 했습니다. 이는 베드로와 다른 제자에게 했던 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녀는 예수님의 시체를 누가 훔쳐갔다고만 생각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예수님의 시체를 훔쳐갔지만 마리아는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덤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이런 그녀의 마음을 드러내주기에 충분합니다. 어떻게든 예수님의 시체를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누구라도 만나게 되면 물어봐서 시체가 어디로 갔는지를 확인하려 했던 것입니다. 흰 옷 입은 두 천사가 그녀 앞에 보였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예수님의 시체가 어디로 갔는지만을 알고 싶어할 뿐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시체를 가져간 것은 확실한데 알 수가 없어서 그저 울고만 있었다고 말한 그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자신과 대화를 하는 두 존재가 궁금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되었는지도 묻지 않았던 그녀의 관심은 오직 하나 예수님의 시체가 어디로 옮겨졌느냐에 있었습니다. 아직 부활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주님을 향한 그녀의 헌신이 대단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예수의 시체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서 그냥 집으로 갔지만 그녀는 끝까지 남아 어떻게든 시체를 찾으려 한 모습에서 이를 충분히 읽을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울고만 있지만 시체 찾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복음서와 달리 예수님의 시체를 찾고자 하는 마리아의 열정을 요한복음서는 비중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복음서는 두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알렸다고 기록했지만 여기서는 ‘왜 우느냐’고만 묻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신에 예수님의 시체를 찾고자 하는 마리아의 마음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주님을 향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가 집으로 돌아간 것과 대조시키면서 그녀의 마음이 어느 정도로 주님을 향했는지를 드러내준 것입니다. 주님의 일이라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열정 하나로 지금 버티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을 우리는 볼 수가 있습니다. 이미 없어진 시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하려는 모습을 부각시킨 것입니다. 이는 주님을 향한 우리의 열정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오늘도 우리는 주님을 위해 앞으로 달려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