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 후 첫날 일찍이 아직 어두울 때에 막달라 마리아가 무덤에 와서 돌이 무덤에서 옮겨진 것을 보고 시몬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그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되 사람들이 주님을 무덤에서 가져다가 어디 두었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겠다 하니”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로마 군인들이 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빌라도 또한 그것을 확인하고서 아리마대 요셉에게 시체를 넘겨주었습니다. 요셉은 예수의 시체를 가져다가 새 무덤에 안치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죽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수님도 이 과정을 거치셨습니다. 무덤에 안치된 후에는 아무도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생명이 끝난 상태이기에 무덤에 묻힌 시체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읽은 본문은 무덤 이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온 것입니다. 본문은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가 무덤에 와서 무엇을 보게 되었는지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돌이 무덤에서 옮겨진 것을 본 것입니다. 그녀는 무덤 안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곧바로 베드로와 다른 제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주님을 무덤에서 가져다가 어디에 두었는지” 알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무덤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어도 시체가 없어졌음을 그녀는 알았던 것입니다. 누군가 예수의 시체를 훔쳐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사람들’이란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외쳤던 유대인들로 추정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에 대한 증오가 너무 커서 시체까지도 가만두지 않으려 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시체까지도 보존하지 못한 상황이 너무도 가슴아팠을 것입니다. 예수의 죽음도 막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의 시체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먹먹했을 것입니다.
무덤에서 시체가 사라졌다면 막달라 마리아가 추정하듯이 누군가가 가져갔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시체가 알아서 어디론가 가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생명이 없는 몸이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다른 이들이 그 시체를 가져간 것 외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주님을 무덤에서 가져갔다고 말한 마리아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입니다.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본문이 강조하는 것은 무덤이 비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첫 번째 목격자로 등장해서 무엇을 본 것인를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무덤에 예수의 시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사람들이 그 시체를 가져갔다고 추정을 했을 뿐입니다. 그녀가 본 것은 무덤에 예수의 시체가 없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무덤에서 시체가 없어졌습니다.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해 마리아는 근심어린 마음으로 베드로와 다른 제자를 찾아가 털어놨지만 시체가 무덤에 없었다는 한 가지 사실만은 부인할 수가 없음을 본문이 드러낸 것입니다. 예수님이 죽으셨고 요셉에 의해 새 무덤에 묻힌 것도 사실이지만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무덤에서 시체가 없어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시체를 누군가가 가져가지 않았다면 시체 스스로 움직인 것입니다. 시체가 움직이려면 먼저 살아나야 합니다. 생명이 있어야만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마리아는 시체가 다시 살아났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기에 사람들이 가져갔다고 했던 것일 뿐입니다. 그녀가 말한 것은 단지 추정에 불과했습니다. 시체가 없어지자 가장 상식적으로 사람들이 가져갔다고 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리아가 본 것만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녀가 말한 것은 진실일 수가 없습니다. 예수의 시체는 살아서 스스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 시체가 살아나 어디론가 이동한 것입니다. 이것이 부활인데, 예수님은 직접 살아나 스스로 움직이셨습니다. 마리아도 후에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모든 의문점이 풀리게 됩니다. 예수의 시체는 사라졌던 것이 아니라 살아나서 움직였던 것입니다. 빈 무덤을 확인한 목격자의 모습은 부활의 신호탄이기에 우리는 이 사실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부활은 시체가 무덤에 없었다는 것에서 출발함을 우리는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