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이 일어난 것은 그 뼈가 하나도 꺾이지 아니하리라 한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함이라 또 다른 성경에 그들이 그 찌른 자를 보리라 하였느니라”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예수님을 기독교 신앙은 가장 귀하게 여깁니다. 그 죽음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행2:36)고 외쳤고,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행2:38)고 촉구했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믿어 죄 사함을 받을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던 로마 군인들은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채 자신들의 임무에만 충실했습니다. 예수가 세상의 유일한 구원자이심을 알지 못한 그들은 그저 하나의 행악자로만 그를 대했습니다. 십자가에 처형될 정도로 극악한 죄를 지은 죄수로만 여겼던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시체를 치우라는 명령을 받은 그들은 그가 죽지 않았다면 그의 다리를 꺾어 죽음을 앞당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미 죽은 것을 확인한 그들은 그의 다리를 꺾지 않았습니다. 죽은 자의 다리를 꺾을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서는 이를 구약 성경의 예언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 일이 일어난 것은 그 뼈가 하나도 꺾이지 아니하리라 한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함이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다리가 꺾이지 아니한 것을 구약 성경의 예언이 성취된 것으로 본 것입니다. ‘이 일이 일어난 것’에는 또 하나의 장면이 포함됩니다. 한 군인이 예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일입니다. 피와 물이 나올 정도로 깊이 찔렀던 그 장면을 요한복음서는 구약 성경의 또 다른 성취로 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 찌른 자를 보리라”고 예언한 스가랴12:10의 성취로 해석한 것입니다. 여기서도 ‘이 일이 일어난 것’이 단순히 로마 군인들의 의지와 임무 수행으로 벌어진 것이 아님을 피력한 것입니다. 한 군인에 의해 예수님의 옆구리가 창으로 찔렸지만 이 또한 우연히 일어난 것이거나 군인의 의지로 행해진 것으로 이해하면 안됨을 보여준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던 두 죄수의 다리가 로마 군인들에 의해 꺾였던 것처럼 예수님에게도 그 일이 일어났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미 죽은 것으로 생각한 군인들이 그의 다리를 꺾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미 죽은 상태였기에 그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를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과연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요한복음서는 하나님의 예언 성취로 해석한 것입니다. 이는 예수님에게 일어난 그 어떤 사소한 일도 하나님과 무관하게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입니다. 다른 복음서들을 보면 ‘이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을 볼 때에도 요한복음서가 ‘이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기록한 것은 예수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철저히 구약 예언의 성취임을 드러내려 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힘이 약해져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로마 군인들의 힘이 너무 강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에게 일어난 일들이 단지 사람의 결정과 의지로만 발생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됩니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작동했음을 우리는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 안에 있는 우리에게도 이러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때론 우리에게 고통과 상처가 있을지라도 그 속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이루고 계심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비참한 상황에서도 예수님의 다리가 꺾이지 않도록 하나님이 하셨음을 우리가 믿는다면 비록 우리의 환경이 열악해도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사소한 영역까지도 돌보실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하나님이 보호하셨듯이 우리의 삶도 세밀하게 인도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와 인도하심을 믿는다면 어떤 상황일지라도 우리는 능히 이겨낼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