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9장 19절-22절 “실패한 왕이 아닙니다” 2021년 11월 18일

“빌라도가 패를 써서 십자가에 위에 붙이니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기록되었더라 예수께서 못 박히신 곳이 성에서 가까운 고로 많은 유대인이 이 패를 읽는데 히브리와 로마와 헬라 말로 기록되었더라 유대인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라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 하니 빌라도가 대답하되 내가 쓸 것을 썼다 하니라”

예수를 심문한 빌라도가 처음 질문한 것이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였습니다.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는 답을 예수님이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유대인의 왕으로 인정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예수가 왕이냐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갖고서 유대 권력자들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에만 초미의 관심을 두었을 뿐입니다. 그 차원에서 그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머리 위에 하나의 패를 달았습니다.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쓴 패를 붙였습니다. 이는 예수를 유대인의 왕으로 인정해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서 유대인 전체를 조롱하기 위해서 이렇게 한 것입니다. 유대인의 왕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가운데 이 죄패를 붙임으로 예수를 실패한 왕으로 만들 뿐 아니라 유대인 전체가 예수를 그렇게 취급했음을 드러내려 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왕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렇게 십자가라는 최고의 형벌을 받게 할 정도로 예수를 증오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빌라도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끝까지 자신의 정치적인 야욕을 위해 이용했던 것입니다. 히브리와 로마와 헬라 말로 기록된 패를 달아 놓음으로 수많은 유대인들이 그것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그의 책략이 교묘하게 들어갔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유대 권력자인 대제사장들이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쓴 패를 알게 되었고 분개한 마음으로 빌라도를 찾아가서 따졌습니다. 그 패를 없애달라고 하지 않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써달라고 했습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왕이란 뜻입니다. ‘자칭’이란 단어를 붙임으로 예수 혼자서 망상에 빠져 스스로를 왕으로 생각했다고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인정하지 않은 자칭 유대인의 왕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니 자신들에게 어떤 부담도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란 패와 ‘자칭 유대인의 왕’이란 패를 놓고 격론을 벌이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요한복음서 저자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둘 다 예수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이용만 하는 인간의 비열함과 냉혹함을 보여주려는 것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빌라도는 예수를 실패한 유대인의 왕으로 만들어 유대인 전체를 조롱하려고 했고, 유대 권력자들은 실패한 왕보다 더 못한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면서 망상에 빠진 미친 사람으로 조롱하려했던 것을 볼 때에 예수를 유대인의 왕으로 인정하고 모든 것을 그에게 바치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는 충분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빌라도나 유대 권력자들 모두 다 예수가 유대인의 왕이냐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둘 다 예수를 왕으로 여기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존중의 마음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빌라도가 쓴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냐란 패를 붙여야만 예수님이 유대인의 왕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유대 권력자들이 ‘자칭 유대인의 왕’이란 패를 붙인다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망상에 빠진 미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시며 만왕의 왕이십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유대 땅에 보내신 참된 메시아이십니다. 그를 통해서만이 하나님 아버지에게 갈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그를 믿는 자에게만이 영생이 선물로 주어집니다. 그를 왕으로 인정한 사람은 그를 따라 전과 다른 새로운 영생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를 믿는 사람들은 어디에 살든 무엇을 하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유대인의 왕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입니다. 빌라도나 유대 권력자 모두의 인정을 받아야만 예수님이 우리의 왕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도 예수님을 하나님이 보내신 왕으로 섬겨야 할 죄인에 불과할 뿐입니다. 사람이 뽑은 왕이 아니라 이미 왕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믿고 따르며 섬기는 모습이 우리에게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