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9장 10절-11절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을지라도” 2021년 11월 11일

“빌라도가 이르되 내게 말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 준 자의 죄는 더 크다 하시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으면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커집니다. 반면에 입장 차이가 크면 이해의 폭도 좁아지게 됩니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심문할 때에 그는 철저히 자신의 위치에서 판단하려고 했습니다. 유대 총독이라는 최고 권력자 위치에 있었던 빌라도의 눈에는 죄수 신분으로 심문을 받고 있는 예수란 존재가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권력으로 얼마든지 예수를 놓아줄 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고 했던 것입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권력을 자랑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예수의 행동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합니다. 죄수란 위치에서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자신과 대등하게 맞서는 모습에 감정이 상했던 것입니다. 그의 태도가 빌라도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이를 만회하려는듯이 자신의 권한이 얼마나 강한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조금도 태도를 바꾸지 않으셨습니다. 빌라도의 권한이 아무리 센들 그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으리니”란 말은 예수님이 최고 권력자 앞에서도 당당하셨던 근거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해할 권한이 없음을 밝히신 것은 지금 누가 더 위에 있는지를 확실하게 증명해준 것이기도 합니다.

빌라도는 죄수의 신분인 예수 위에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예수님이 빌라도보다 더 위에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죄수처럼 포박되어 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은 ‘위에서’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위에서’란 예수님의 아버지이신 창조주 하나님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이 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빌라도가 자신의 권력 자랑을 했을 때에도 굴하지 않고 그를 반박하셨던 것입니다. 빌라도에게는 예수님을 해할 권한이 전혀 없음을 천명하셨습니다. 이는 빌라도 입장에서는 무척 마음이 상할 일이었습니다. 예수를 놓아줄 권한을 갖고 있는 자신에게 ‘너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해버렸으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황당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예수님이 빌라도 위에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 준 자의 죄는 더 크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가룟 유다를 가리킨 것인데 그의 죄가 얼마나 중한지를 다시 한 번 밝히셨습니다. 이는 예수를 따르는 모든 이들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기도 합니다. 예수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하고 세상 권력자에게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사도행전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세상 권력자들 앞에서 어느 정도로 담대했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모든 권세를 쥐고 계심을 믿었기에 높은 위치에 있던 권력자들의 눈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그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이시니 만물이 그에게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과 주권자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1:15-17)는 위대한 진리를 선포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항상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할 진리입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이보다 더 잘 묘사한 것이 없을 정도로 놀라운 진리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높은 위치에 앉을지라도 예수님 아래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앞에서도 우리는 예수님의 사람으로서 당당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람으로 그분만을 섬기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