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그 당한 일을 다 아시고 나아가 이르시되 너희가 누구를 찾느냐 대답하되 나사렛 예수라 하거늘 이르시되 내가 그니라 하시니라 그를 파는 유다도 그들과 함께 섰더라 예수께서 그들에게 내가 그니라 하실 때에 그들이 물러가서 땅에 엎드러지는지라”
강함이 폭력으로 비춰지는 일이 있습니다. 힘으로 상대를 누르게 되면 그것이 폭력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강할지라도 그것을 절제하면 아름답게 비춰집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본문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무장한 군인들은 예수를 잡기 위해 유다를 앞세워 그가 있는 곳을 찾아왔습니다. 아마도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계획을 갖고서 온 것 같습니다. 이 때에 예수님은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다 아시고도 힘으로 진압하려는 군인들 앞으로 다가가셨습니다. 그들에게 “너희가 누구를 찾느냐”란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들은 ‘나사렛 예수’를 찾는다고 말했고, 예수님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내가 그니라’는 답을 하셨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군인들이 힘으로 예수를 제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군인들에게 일어났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내가 그니라 하실 때에 그들이 물러가서 땅에 엎드러지는지라.” 무장한 군인들을 말 한마디로 제압해버린 것입니다. 엄청난 힘을 자랑했던 군인들이 바람 앞에 등불처럼 나약해진 것입니다.
무장한 군인들을 제압해버리신 예수님의 모습은 말 그대로 전사 그 자체입니다. 마치 바다 위에서 태풍을 말 한마디로 제압하셨던 모습이 재현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일지라도 예수님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변해버립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이들이 바로 제자들입니다. 자신들이 예수님을 지킬 것처럼 의기양양했지만 무장한 군인들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못했던 이들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말 한마디로 그들을 제압해버리셨으니 과연 제자들은 무엇을 느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엄청난 힘을 갖고 계신 예수님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군인들에게 잡혀갔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제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말 한마디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에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은 궁금했을 것입니다. 물론 사도행전에서 그들은 세상적인 힘을 갖고 주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의 일을 하면서 자신들이 사용할 무기는 그들의 실력이나 인맥이 아님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갖고 있어야 할 힘은 성령 하나님이 주시는 영적인 능력임을 알게 됩니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성령의 거듭나게 하시는 능력에 있음을 전도 사역을 하면서 깊이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바울도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고전1:4)란 말을 했던 것입니다. 사람의 언어로 복음이 전달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변하는 것은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 됨을 깊이 체험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약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강함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약하다는 이유로 자존심이 상하고 더욱 강해지려고 합니다. 강해져야 예수님의 복음을 더 잘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위치가 높아지고 막강한 힘을 가진 자가 되어 주의 일을 한다면 더 큰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드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의 일은 인간적인 능력과 방법으로 실현되지 않음을 우리는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나약해짐으로 주의 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을 체험하는 곳이 신앙 현장입니다. 바울이 고백한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12:10)가 우리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힘을 기르면 주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나약하지 않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을 쥘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까지도 내려놓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나약하지 않음에도 모든 힘을 다 빼고 군인들에게 붙잡혀가셨듯이 말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나약하지 않아도 스스로 낮아질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