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예수님이 활동하실 당시 로마 제국은 세계 최강국이었습니다. 유대를 비롯한 주변 모든 나라를 지배했습니다. 유대는 로마의 속국으로 로마가 임명한 유대 총독에 의해 통치를 받았습니다. 당시 유대 총독인 빌라도는 유대 사회에서는 최고 권력자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유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예수란 사람이 죄인의 신분으로 자신의 법정에 끌려온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바로는 예수가 유대인의 왕이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자신 앞에 서 있자 빌라도는 매우 의기양양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너의 동족이 너를 이렇게 고발했느냐’고 조롱했습니다. 유대인의 왕이라면서 왕 대접도 못받을 뿐만 아니라 죄수가 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예수의 모습이 형편없이 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는 말로 빌라도의 거만한 태도에 일침을 가하셨습니다.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는 것은 힘이 없거나 약해서 이렇게 끌려온 것이 아님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세상 나라 방식으로 싸우지 않았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당시 세상 나라들은 군사력으로 남의 나라를 점령했습니다. 로마 제국도 같은 방식으로 수많은 나라들을 지배했습니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집어삼키는 일이 빈번했던 시대였지만 예수 나라는 그렇게 세워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가져오신 나라는 세상 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이를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다’는 말로 표현하셨던 것입니다. ‘속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요15:19)이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 바로 세상에 속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세상에 속한다는 것은 세상이 자기 편이라 여기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예수님이 ‘내 나라’는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을 때에는 그의 나라가 세상의 것이 절대 아님을 보여 주려는 것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예수의 나라가 어떠한 것인지를 세상 나라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는 의미도 됩니다. 예수의 나라가 절대 자기 편이 아니란 사실을 세상 나라는 알았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세상 나라는 예수님이 가져오신 나라를 핍박했던 것입니다. 그 결정체가 예수 공개 처형입니다. 세상 나라가 총공세로 예수와 그의 나라를 없애겠다고 달려들었는데 예수의 고난과 죽음에 그것이 뚜렷이 남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예서 예수님은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예수 나라의 실패가 아니라 세상 나라의 무기력함을 알려주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세상이 모든 방식을 다 동원해서 예수와 그의 나라를 공격했지만 성공하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 나라에 살고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 나라에 속한 자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편에 섰던 우리가 이제는 예수 편에 선 자로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 나라에 속한 자가 되었다는 진정한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상 나라 방식과는 다른 예수 나라 방식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을 배우는 것이 신앙 생활입니다. 하지만 이런 신앙 생활이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합니다. 세상 나라 방식대로 사는 것이 더 편합니다. 하지만 예수 나라에 속한 자로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제는 그 방식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부터 무엇을 익혀야 할까요? 예수 나라의 속성이 무엇인지, 세상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예수 나라에 속한 자다운 것인지를 하나씩 알아가야 합니다. 바울은 “하나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15:17)는 말로 하나님 나라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성령 안에 속한 자로 살면서 먹고 마시는 의식주 문제까지도 의와 평강과 희락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함을 말한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 나라에 속하지 아니한 신앙인으로 사는 실제적인 방식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