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8장 25절-27절 “신앙이 확고해져야” 2021년 10월 28일

“시몬 베드로가 서서 불을 쬐더니 사람들이 묻되 너도 그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 베드로가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아니라 하니 대제사장의 종 하나는 베드로에게 귀를 잘린 사람의 친척이라 이르되 네가 그 사람과 함께 동산에 있는 것을 내가 보지 아니하였느냐 이에 베드로가 또 부인하니 곧 닭이 울더라”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에 걸쳐 부인하는데, 그 과정을 요한복음서는 좀 색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장면은 베드로를 가장 모를 것 같은 대제사장 집에서 문을 지키는 여종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여종이 베드로에게 “너도 이 사람의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요18:17)는 질문을 던집니다. 뒤이어 나온 장면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베드로를 향해 “너도 그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고 질문한 것입니다. 이것은 여종과 같은 질문이지만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력했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확신에 차서 베드로를 향해 예수의 제자 중 하나라고 했기에 이를 부인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나는 아니라’면서 그 사실을 부정해버립니다. 마지막 장면은 예수님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베드로가 말고의 귀를 잘랐을 때 그 옆에 있었던 사람의 말을 기록한 것입니다. “대제사장의 종 하나는 베드로에게 귀를 잘린 사람의 친척이라 이르되 내가 그 사람과 함께 동산에 있는 것을 내가 보지 아니하였느냐”고 한 것입니다. 말고의 친척이란 점과 현장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베드로가 예수의 제자임을 그가 얼마나 확신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할 수가 없는 상황에까지 몰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부인해버립니다. 그리고 곧이어 닭이 우는 소리를 그가 듣게 됩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제자임을 부인할 수가 없음에도 그렇게 했다는 점을 요한복음서는 무척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신앙적으로 흔들렸었는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얼마 전에 그가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버리겠다고 했던 진심은 다 사라지고 이제는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려는데에만 급급한 그의 약한 모습이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게도 확고했던 신념이 한 순간에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람이 갖고 있는 한계인 것을 놓치면 안됩니다. 주를 향한 확신이 아무리 강해도 언제 어디서 그것이 무너질 지 우리는 장담할 수가 없음을 베드로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그가 예수의 제자란 사실을 수많은 이들이 증언해도 자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 사실을 부정해버렸던 것처럼 우리도 언제든지 불리해지면 예수님을 향한 신앙을 숨겨버릴 수가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것을 주변에서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면 우리는 이 사실을 자랑할 것입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긍지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모욕을 당할 일이 되면 그것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집니다. 과연 이것을 이겨내고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갈 수가 있을지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전도 파송하시면서 “너희가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마10:22)이라고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의 제자됨이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리신 것입니다. 또한 그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부인하리라”(마10:33)고 하셨습니다. 어떤 사람 앞이든 그의 제자임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권고하신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 말씀에 비추어보면 이미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 것은 베드로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이 겪을 수 있는 현실임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베드로의 실패를 보면서 우리가 마음에 다짐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확고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이 바위처럼 단단해져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마10:22)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두어야 합니다. 어려운 과정을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한 신앙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