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씀을 하시매 곁에 섰던 아랫사람 하나가 손으로 예수를 쳐 이르되 네가 대제사장에게 이같이 대답하느냐 하니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말을 잘못하였으면 그 잘못한 것을 증언하라 바른 말을 하였으면 네가 어찌하여 나를 치느냐 하시더라 안나스가 예수를 결박한 그대로 대제사장 가야바에게 보내니라”
등산을 하다보면 갈림길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미 아는 길이면 고민없이 바른 결정을 하지만 모르는 경우에는 매우 난처해집니다. 어느 길을 선택해야 옳은지를 놓고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옳은 길을 선택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옳은 길인줄 알면서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고 곁 길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하게 하는 유혹이 너무도 강력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유혹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바른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그는 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유혹에 맞서서 싸우셨습니다. 대제사장인 안나스가 예수를 취조하면서 그의 교훈이 잘못되었음을 드러내려 했을 때 자신이 옳다는 점을 강력히 알리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가르친 모든 것이 공개적으로 들려졌고 그것을 들은 이들에게 물어보면 다 알게 될 것이라는 답을 하셨습니다. 이는 자신의 가르침에는 어떤 문제도 없음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 때에 옆에 있던 아랫사람 하나가 손으로 예수의 얼굴을 쳤는데, 그 이유를 “네가 대제사장에게 이같이 대답하느냐”에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대제사장에게 무례를 범했다는 것입니다. ‘이같이 대답하느냐’란 것은 그런 식으로 답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랫사람은 손으로 예수의 얼굴을 때리면서 모욕을 준 것입니다. 무례를 범한 대가로 예수의 얼굴을 손으로 때려 되갚아준 것입니다.
취조를 당하는 과정에서 예수님은 얼굴을 손으로 맞는 모욕까지 감당하셔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이 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감정이 폭발하면 이성이 마비되고 바른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매우 이성적으로 이 상황을 정리하셨습니다. “내가 말을 잘못하였으면 그 잘못한 것을 증언하라 바른 말을 하였으면 네가 어찌하여 나를 치느냐”고 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얼굴을 손으로 때려 모욕을 준 상대에게 감정을 싹 빼고 논리로 접근하는 냉철함을 보이신 것입니다. ‘내가 말한 것이 잘못된 것인지, 바른 것인지를 판단해보라’는 이 도전적인 표현은 상대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아무리 예수를 모욕하고 그의 말을 트집잡으려해도 되지 않을 것을 당시 취조하던 대제사장인 안나스는 알게 됩니다. 그래서 안나스는 더 이상 취조를 하지 않고 그를 결박한채로 가야바에게로 보내버립니다. 그는 예수에게서 어떤 잘못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를 풀어줄 마음 또한 전혀 없었음을 이런 식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무고한 예수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권력자의 만행을 우리는 여기서 볼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예수님이 옳다해도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다른 이유를 만들어 그를 괴롭히는 악행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죽음을 두려워했다면 아마도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모종의 타협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죽음만은 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예수님에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바른 길을 걸어가기 위해 이 모든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자신이 공개적으로 가르친 모든 것을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도 실천하셨던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제자들의 삶에 그대로 나타는 것을 우리는 사도행전에서 보게 됩니다. 권력자들이 그들을 감옥에 가두고 그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행4:19)에서 이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대제사장의 권력 앞에서, 손으로 얼굴을 맞는 굴욕 앞에서도 의연했던 것처럼 그들도 권력자들의 횡포 앞에서 당당했던 것입니다. 바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신앙인의 참된 모습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가야만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바른 길입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 때론 고단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른 길을 걸어가야 하기에 그것을 능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