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시몬 베드로가 칼을 가졌는데 그것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서 오른편 귀를 베어버리니 그 종의 이름은 말고라 예수께서 베드로더러 이르시되 칼을 칼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
예수님을 향한 베드로의 진심은 그의 말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주를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요13:37)고 한 그의 마음은 허풍도, 허언도 아닌 진심이었습니다. 오늘 본문도 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군인들이 몰려온 상황에서 베드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합니다. “시몬 베드로가 칼을 가졌는데 그것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서 오른편 귀를 베어버리니”란 장면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돌발적이고 충동적인 반응으로 볼 수도 있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 그가 취한 행동은 예수님을 위한 그의 충정을 보여준 것입니다. 주를 위해 목숨도 버리겠다는 평소의 각오에서 나온 행위였습니다. 예수님을 보호하고자 하는 그의 열심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물론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을 위해 그 순간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모두 다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단지 베드로가 칼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사용해서 승산없는 저항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칼 사용은 자칫 잘못하면 제자들 모두 다 목숨을 잃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갈 수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찾거든 이 사람들이 가는 것을 용납하라”(요18:8)고 군인들에게 요청하셨는데 무기를 들고 저항을 했으니 그들의 안전이 보장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칼 사용을 보고서 ‘내가 너희를 안전하게 가게 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망치면 어떻게 하느냐’란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에 “칼을 칼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고 하셨습니다. 베드로의 무력 사용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를 예수님이 내다보신 것입니다. 단순히 제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정도가 아니라 예수님이 오신 목적 자체를 훼손시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가 주신 잔을 마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훼손시키는 일을 예수님은 차단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겪을 고난과 죽음을 ‘잔’에 비유하셨는데,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막14:36)고 하셨지만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막14:36)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자신이 감당할 일을 조금도 회피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이 일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행위를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위하는 행위였지만 오히려 더 큰 뜻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충정을 증명하려다가 하나님의 뜻을 어기는 행위를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더 큰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시각을 그들이 갖도록 베드로의 무력 사용까지도 활용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을 알고 있습니다. 눈 앞의 문제만을 해결하려다가 하나님의 큰 뜻을 놓치는 것도 비슷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위한다는 명분에 휩싸여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전체를 망가뜨릴 수가 있습니다. 주를 위하여 살라는 성경의 명령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주를 위하여 사는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베드로가 주를 위하여 칼을 사용했을 때, 예수님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정확히 꼬집어주셨던 것을 볼 때에 과연 주를 위하여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더 큰 뜻을 헤아리는 영적인 시각을 갖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작은 부분들을 판단하는 훈련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행위를 해놓고서 주를 위하여 했다고 정당화시킨다면 우리는 이 훈련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이것이 하나님의 큰 뜻에 부합하는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란 큰 뜻을 마음에 품는다면 우리의 행동이 조금은 달라질 것입니다. 주를 향한 우리의 열정은 언제나 하나님의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한 것임을 마음에 새겨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