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기드론 시내 건너편으로 나가시니 그 곳에 동산이 있는데 제자들과 함께 들어가시니라 그 곳은 가끔 예수께서 제자들과 모이시는 곳이므로 예수를 파는 유다도 그 곳을 알더라 유다가 군대와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 얻은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등과 횃불과 무기를 가지고 그리로 오는지라”
예수님은 죽기 위해 태어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모든 사람은 태어난 후에 죽음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세상 죄를 지기 위한 행위였습니다.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잘 아셨던 그는 불안과 두려움에 맞서 싸우셨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요12:27)에서 이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도 자신이 가야할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예수를 파는 유다도 그 곳을 알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에게 드리워진 암울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으시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얼마든지 피할 수가 있었음에도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신 예수님은 굳이 유다가 아는 장소에 계셨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그 장소에 계셨던 예수님은 유다가 데리고 온 무장한 군인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군대와 싸우러 온 것 같습니다. “유다가 군대와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 얻은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등과 횃불과 무기를 가지고 그리로 오는지라”를 보면 이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예수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온 것인데 잘 훈련된 무장 군인들을 대동했다는 것은 그들의 마음 자세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들은 예수가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것은 ‘제자들과 함께’ 움직이신 그의 모습입니다. 오늘 본문에도 세 번이나 이것을 언급하고 있는데, ‘제자들과 함께 기드론 시내 건너편으로 나가시니’와 ‘제자들과 함께 들어가시니라’에 이어 ‘제자들과 모이시는 곳’이란 표현에서 이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그가 체포되는 과정을 제자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것은 신앙적으로 볼 때에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용기 있는 행동을 목격한 것도 좋지만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예수님이 어떤 자세를 취하셨느냐를 실제로 보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 순간에 그들은 이 상황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가룟 유다가 배신자였다는 사실에 그들은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또한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느냐란 현실적인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초대 교회의 지도자들로서 복음을 들고 최전선에 섰을 때에 그들은 이 장면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무장한 군인들 앞에서도 떨지 않으셨고, 배신자로 인해 분노에 휩싸이지도 않으셨던 예수님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제자들도 엄청난 박해를 당하게 되는데 그들은 의연하게 맞서 싸웠습니다. 어떤 고난도 피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예수님과 너무도 닮았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길을 피하고 싶어합니다. 보다 안전하고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적으로 볼 때에 피해서는 안되는 고난의 길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피하지 않는 신앙을 보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울은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박해를 받으리라”(딤후3:12)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예수를 따르는 삶이 어떠한지를 경험했기에 이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물론 경건하게 살면 항상 고난만이 뒤따른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을 신앙 생활을 제대로 하면 만나게 됩니다. 이것을 분별할 수 있는 영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으로 인해 아픔을 겪어야 하느냐란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맞다면 우리는 의연하게 그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예수님이 체포되던 과정에서 보이셨던 당당함을 묵상한다면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모든 삶의 모델이 되시는 예수님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를 따르는 삶이 고달프고 외로울 때에 우리는 예수님의 피하지 않는 모습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