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7장 7절-8절 “성경을 이해하고 믿는 신앙” 2021년 9월 30일

“지금 그들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것이 다 아버지로부터 온 것인 줄 알았나이다 나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말씀들을 그들에게 주었사오며 그들은 이것을 받고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줄을 참으로 아오며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줄도 믿었사옵나이다”

누군가를 알지 못함에도 신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맹목적 신앙인데, 어떤 경로로 이런 절대적인 신뢰를 하게 되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습니다. 무엇을 믿는지에 대한 질문을 불쾌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마치 상대에 대해 불손한 마음을 품은 것 같은 죄책감까지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기독교 신앙이 이런 모습일까요? 믿는 대상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무조건 믿기만 하면 되는 신앙을 성경이 가르치고 있을까요? 예수님은 자기를 따르는 이들에게 어떤 질문도 허용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믿을 것을 요구하셨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도 이를 보여주는데, “나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말씀들을 그들에게 주었사오며”라고 예수님 스스로 밝히셨습니다. 그는 제자들이 무엇을 알고 배워야 하는지를 아셨습니다. 그 내용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아버지이신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자 한 진리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을 기록한 성경책이 복음서이며 이는 구약 성경의 완성자로서 예수님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복음서에 근거해서 사도행전과 서신서들이 교회를 위해 쓰여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성경책은 이처럼 하나님에 관한 진리를 담고 있는 보물창고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제자들에게 전했을 때에 그들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행위에 대해 예수님은 “그들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것이 다 아버지로부터 온 것인 줄 알았나이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들은 알았다’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이것을 받고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줄을 참으로 아오며”란 말씀도 하셨는데, ‘그들은 아오며’란 문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진리를 제자들이 알아들었다는 점을 무척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전한 하나님 이야기를 제자들이 이해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동시에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줄도 믿었사옵나이다”고 하면서 ‘믿음’과 연결시켜 제자들의 반응을 설명하셨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알고 믿었다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보게 됩니다. 기독교 신앙은 맹목적인 신뢰를 요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해도 없이 무조건 믿으라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신앙은 알고 믿는 태도입니다. 알기 위해서는 질문을 던져야 하고 믿기 위해서는 알아야 함을 기독교 신앙은 무척 강조해왔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그냥 믿으라고 하는 것은 위험한 태도입니다. 예수님은 진리의 성령이 오셔서 그가 가르치신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신다고 약속하셨는데, 이 또한 알고 믿는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해줍니다. 아버지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령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고 믿는 신앙은 우리가 계속해서 추구해야 할 건강한 모습입니다. 물론 우리는 다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완전히 이해해야만 믿는 것도 아닙니다.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서 믿음으로 반응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하고 믿는 신앙 방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믿는 행위에는 이렇듯이 이해하는 지적 능력이 수반됩니다. 그래서 성경책을 읽고 묵상할 것을 교회는 강조해온 것입니다. 우리의 지식과 믿음은 철저히 성경에서 나와야 하기에 이것을 끊임없이 외친 것입니다. 우리 시대 교회는 감각과 경험을 중시하면서 이해와 믿음을 도외시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정서적인 반응을 유도하면서 지적인 깨달음을 약화시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경을 이해하고 믿음으로 반응하려는 노력이 이를 방지할 수가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가 성경을 포기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성경 속에서 배우고 익히는 훈련을 계속해서 쌓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올바른 지식에서 출발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믿음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오늘도 성경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