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7장 17절-19절 “진리로 거룩해지다” 2021년 10월 8일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 같이 나도 그들을 세상에 보내었고 또 그들을 위하여 내가 나를 거룩하게 하오니 이는 그들도 진리로 거룩함을 얻게 하려 함이니이다”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이란 말은 기독교 세계관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입니다. 세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를 잘 표현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벗어나 살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한 부분으로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친구로 살아가면 안되는 존재입니다. 세상과 구별된 삶을 나타내야 합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또한 “그들도 진리로 거룩함을 얻게 하려”한다고 하셨습니다. ‘거룩’이란 말은 구별됨을 뜻합니다. 세상에 살지만 그것에 종속되지 않은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진리’ 때문입니다. 진리로 거룩해지면 세상과 구별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 속에서 진리를 따르면 자연스럽게 거룩해지고 세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됨을 의미합니다.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달라’고 하신 것은 세상에 살지만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임을 드러나게 해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제자들의 새로운 정체성입니다. 이것을 예수님은 “나도 그들을 세상에 보내었고”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세상에 보냈다’는 것은 거기서 끄집어낸 다음에 다시 들여보냈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존재로 만드신 후에 다시 세상 속에 살도록 보내셨던 것입니다.

진리로 거룩해짐으로 제자들은 세상에서 다른 존재임을 나타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진리는 무엇인가요? 예수님은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라고 답을 하셨습니다. 이는 당시 진리라 여긴 가치들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새로운 진리로 아버지의 말씀을 말한 것입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진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에 속한 새로운 진리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말씀은 이미 존재했었기 때문입니다. 구약 성경이 바로 아버지의 말씀이었습니다. 또한 구약 성경의 성취자이신 예수님의 말씀이 아버지의 말씀인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하신 ‘아버지의 말씀’은 이렇듯이 구약 성경과 예수님에게 우리의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제자들이 진리를 알고 싶다면 구약 성경과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만 했던 것입니다. 구약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유대인 사회에서 깊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당시에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예수님이 “그들을 위하여 내가 나를 거룩하게 하오니”라고 하신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예수님의 모든 것이 구약 성경과 대등한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거룩하게 하셨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들은 의심 없이 예수님의 모든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이고 예수님의 모든 행동과 설교가 진리이기에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이 진리에 의존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이 성령의 감동으로 쓴 신약 성경이 진리로서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라고 했을 때에 우리는 좀 더 폭넓은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약과 구약 성경 모두를 진리로 받아들여 그 속에서 진리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상 속에서 진리로 거룩해지는 실제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세상과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일은 한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에 걸쳐 우리 삶에서 경험되어져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예수님의 기도처럼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란 간구를 하나님께 드려야 합니다.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도움을 입어야만 우리는 세상 속에서 거룩한 존재로 살아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리이신 예수님을 믿음으로 아버지의 말씀에 의존하여 이전과는 다른 삶을 세상에 나타내야 합니다. 이것이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보일 수 있는 참된 모습입니다. 우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시려는 예수님의 열정에 감화되어 진리를 따르는 거룩한 성도로서 오늘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