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6장 28절-31절 “알고 믿는다는 것은” 2021년 9월 17일

“내가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고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노라 하시니 제자들이 말하되 지금은 밝히 말씀하시고 아무 비유로도 하지 아니하시니 우리가 지금에야 주께서 모든 것을 아시고 또 사람의 물음을 기다리지 않는 줄 아나이다 이로써 하나님께로부터 나오심을 우리가 믿사옵나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우리는 지식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습득한 지식을 활용해서 사회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일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컴퓨터의 발달로 지식이 공유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식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데 인격적인 관계가 대표적입니다. 상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 신뢰할 수 있느냐란 것은 단순히 지식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신앙이라는 영역도 비슷합니다. 누군가를 믿고 따르는 일이 상대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아는 것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안다고 해서 그들의 신뢰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많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그것이 그들의 믿음에 항상 유익을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본문도 이 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내가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고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노라”고 하시자 그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지금에야 알고 믿는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지식도 늘었고 신뢰도 커졌다고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알고 믿는 일에 있어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지금은 밝히 말씀하시고 아무 비유로도 하지 아니하시니” 이제서야 예수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반응에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라고 되물으신 것을 볼 때에 그들이 예수님을 제대로 알고 믿었는가에 있어서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부드러운 어조로 그들의 믿음을 책망하셨던 것입니다. ‘믿는다고 하는데 정말 믿는 것이 맞느냐’란 뉘앙스로 말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비유로 하지 않고 밝히 말씀해주셔서 더 알게 되었고 신뢰하게 된 것인양 말한 제자들이 틀렸음을 이렇게 질문 형식으로 드러내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동안 비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에 대해, 아버지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로써 하나님께로부터 나오심을 믿사옵나이다”고 한 것에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노라”는 점을 강조하셨음에도 그들은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것만을 믿는다고 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알고 믿는다고 했지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일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그에 대한 지식과 이해, 신뢰가 수반되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 전체를 아우르는 이해를 도모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에 대한 신뢰는 조금도 향상되지 않습니다. 지식은 조금 늘어난다해도 신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에 있게 됩니다.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란 말이 칭찬이 아니라 꾸지람일 수 밖에 없는 것은 허약한 신뢰 속에서 지식만을 늘리려고 하는 그들의 그릇된 접근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알고 믿는다는 것은 얼마나 깊은 신뢰를 갖고 그를 따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알고 믿는다고 하지만 신뢰에 있어서 그렇게도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아는 것과 신뢰하는 것이 분리되면 언제나 이런 불행한 신앙 형태는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는 만큼 신뢰하는 것입니다. 또한 신뢰하는 만큼 그를 아는 것입니다. 이 둘은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항상 마음에 새겨두어야 합니다. 앎과 신뢰를 바탕으로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나눈다면 우리의 신앙은 더욱 더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