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에 대하여라 함은 이 세상 임금이 심판을 받았음이라”
안전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듣게 됩니다. 불안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만 하는 이들의 형편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충분히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개인과 사회에 드리워진 불안의 그림자는 막강한 힘을 갖고 사람들 위에 군림합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 사회도 비슷했습니다. 가난과 질병으로 사회 전체가 멍들어 있었습니다. 보호 장치가 없는 사회에서 개인마다 살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런 불안한 현실에서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야 할 지를 놓고 사람들은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란 사람이 나타나 기근과 질병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게 된 이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 때에 유대 지도자들은 “만일 그를 이대로 두면 모든 사람이 그를 믿을 것이요 그리고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 땅과 민족을 빼앗아 가리라”(요11:48)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마음을 숨긴채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정치적인 행위였습니다. 그들은 그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예수의 제자 중 하나인 가룟 유다를 돈으로 매수한 것과 정치적인 적인 로마 군인들의 도움을 받은 것을 예로 들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적, 사회적 혼란스러움이 극심하던 상황에서 예수님은 “이 세상 임금이 심판을 받았음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요12:31)고 예고하셨던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이 세상의 임금이 심판을 받았다고 하신 것입니다. ‘심판을 받았다’는 말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더 이상 이 세상의 임금이 활동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진짜 임금 앞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의 임금’이란 말이 암시하듯이 세상을 지배하는 왕처럼 활동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짜 왕이 오셔서 이 세상의 임금을 완벽히 제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예수님이 하실 것입니다. 그는 이 일을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이제 곧 완성하실 것입니다. 실제로 그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 모든 일을 완성하셨습니다. 성령이 오셔서 이것을 세상에 알리실 것입니다. 그 열매가 교회인데, 이들이 누리는 모든 것은 예수 안에 있기에 가능함을 성령이 깨우쳐주실 것입니다. 교회는 이 세상 임금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예수 왕을 섬기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이 세상 임금의 민낯을 아는 이로서 그 실체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해야 할 존재인 것입니다.
‘이 세상 임금’의 실체가 거짓의 아비인 마귀임을 예수님은 이미 제자들에게 알리셨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요8:44)고 그 실체를 백일하에 드러내셨습니다. 이 마귀는 이 세상의 임금으로 활동했으며 가룟 유다의 마음까지도 지배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라”(요13:2)는 구절이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마귀가 쥐고 있는 죽음의 세력은 예수님의 죽음으로 궤멸되었습니다. 예수 안에 있는 이들은 죽음의 노예로부터 해방될 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로 누리게 됩니다.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한평생 매여 종 노릇 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 주려 하심이니”(히2:15)란 말씀처럼 죽음의 종 노릇에서 해방됩니다. 이 세상 임금인 마귀는 진짜 왕인 예수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를 알고 믿는 이들이 교회이기에 세상을 향해 진짜 왕이 누구인지를 알릴 책임이 있습니다. 이것이 선교의 사명입니다. 이 세상의 가짜 지배자를 몰아내고 진짜 왕을 섬기는 교회로서 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사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