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사랑으로 키워도 그것을 오해하는 자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거야’라는 부모의 말을 구속으로 여겨 반항하는 자녀들의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자녀를 사랑하지만 구속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오해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둘 사이의 관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지를 ‘사랑’이란 단어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본문을 보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고 하십니다. 이는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13:1)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요13:34)에서도 이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예수님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까요? 예수님은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고 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소망을 담은 말이 아닙니다. 이는 엄중한 명령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권고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사랑하셨던 것에 근거해서 그들도 예수님의 사랑 안에 거해야 합니다. 그들을 돌보시는 사랑 안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어야만 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부담되거나 싫어서 거절할 수가 있습니다.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는 것에 반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사랑 안에 거하라는 명령에는 이러한 거부 반응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사랑 안에 거하라고 하지만 그 사랑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으면 그냥 거절하면 됩니다. 이러한 거부 반응까지 염두에 두고서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고 하셨다면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가 있습니다. 제자들을 향한 사랑에 있어서 예수님은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담대하게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고 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사랑의 깊이를 제자들이 깨닫는다면 그의 사랑 안에 거하고 싶어할 것임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는 예수님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체험했던 것을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자신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 그 사랑 안에 지금도 거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강력하게 제자들에게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도 아버지의 사랑의 깊이를 알기에 그의 사랑 안에 즐거이 거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제자들도 그의 사랑의 깊이를 깨닫고 그의 사랑 안에 거할 것을 권면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오직 제자들에게만 허락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또한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면 그의 사랑의 깊이를 깨닫는 가운데 그의 사랑 안에 거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행복을 누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의 사랑만 받으면서 사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면서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이들은 그의 계명을 지키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그의 사랑 안에 거한다는 진정한 의미입니다. 무조건 사랑만 받으면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그의 사랑에 감동되어 그를 따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됨을 ‘내 계명을 지키면’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의 계명을 지킨다는 것은 교통 법규를 지키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의 사랑에 매료된 자로서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의 깊이를 알기에 그의 계명을 지킴으로 그의 사랑에 화답하는 것입니다. 그의 사랑이 너무도 크고 넓어서 우리는 그의 계명을 지킴으로 그를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넘치도록 쏟아지는 그의 사랑에 감동되어 기쁜 마음으로 그의 계명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