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명함은 너희로 서로 사랑하게 하려 함이라”
제자들 곁을 떠날 시점이 다가오자 예수님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들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룰 것을 당부하신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을 반복적으로 언급하시면서 이를 강하게 요구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그들이 해야할 일은 예수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 사랑이 그들의 삶에 나타나는 것이 예수님의 뜻입니다. 이를 위해 제자들을 택하셨던 것입니다. 이것을 본문은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라고 적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예수님의 뜻이 중간에 바뀐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세워진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들을 선택한 처음 상황을 언급한 것은 그의 뜻이 얼마나 확고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을 선택할 때부터 이 뜻을 품으셨던 것입니다. 따라서 제자들은 어떤 이유로도 이 뜻을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들이 예수님을 선택했다면 이를 얼마든지 변경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예수님을 선택했기에 그들의 합의에 따라 이를 바꾸는 일은 그들의 자유에 속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그들을 선택했기에 그들 마음대로 그의 뜻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선택하실 때부터 세운 뜻은 중도에 바뀌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란 말이 이를 보여줍니다.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다음에 이 문구가 나오는 것을 볼 때에 제자들이 나타내야 할 사랑의 열매가 얼마나 필연적인지를 충분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 입장에서 볼 때에 이를 끝까지 고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상황과 형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에 대해 어떤 양보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는 심지어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는 말로 제자들이 사랑의 열매를 반드시 맺어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한다’는 것은 사랑의 열매 맺기가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기도하면 적절한 길을 열어주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물론 이는 기도가 만능 열쇠처럼 사용될 수 있다거나 어떤 것이든 기도만 하면 하나님이 다 들어주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문맥상 ‘무엇을 구하든지’란 말은 사랑의 열매를 맺고자 하는 ‘그 무엇이든’ 기도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뜻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데 있다면 이를 위해 하나님 아버지께 무엇이든 기도하면 응답받는다는 약속입니다. 그렇기에 기도를 통해 이를 체험하지 못한다면 신앙에 있어서 가장 큰 손실입니다. 이런 약속을 받고도 실제로 우리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다면 너무도 빈약한 신앙 생활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명함은 너희로 서로 사랑하게 하려 함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십니다. ‘서로 사랑하게 하려 한다’는 그의 목적이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를 우리는 확실히 알 수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 뜻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가 이러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이것을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우리를 부르셨고 지금도 인도하시는 예수님의 뜻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에 의해 처음부터 세워진 뜻이기에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를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려는 우리의 삶을 하나님은 보호하실 것입니다. 사랑의 열매를 위해 지금도 세밀하게 돌보시는 하나님의 손길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