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생명을 주기 위함입니다. 예수님 스스로 이것에 대해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요10:10)임을 밝히셨습니다. 여기서 ‘생명’이란 ‘멸망’이 아닌 ‘영생’을 뜻합니다. 이 땅이 원래부터 생명을 갖고 있었다면 ‘생명을 얻게 하고’란 표현은 적절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이 땅에 생명이 없기에 이것을 주러 예수님이 오신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이 땅이 생명을 얻고 그 열매를 풍성히 맺도록 하려는 계획을 예수님을 통해 실현하신 것입니다. 이를 제자들이 깨닫도록 하기 위해 예수님은 여러 가지 비유를 사용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포도나무 이야기는 단연 돋보이는 비유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던 것이 포도나무이기에 이 비유는 매우 적절했습니다. 포도나무 재배를 하는 농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열매입니다. 포도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을 꿈꾸며 재배합니다. 예수님은 이를 토대로 본문에서 열매 맺는 가지가 얼마나 농부에게 귀한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농부는 아버지를, 포도나무는 예수님을, 가지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가지가 과연 열매를 맺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포도나무와 농부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지만 가지는 상황이 다릅니다. 가지에 열매가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는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입니다. 가지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면 이를 내버려둘 수가 없습니다. 농부는 그 원인을 찾아내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상황을 전제로 하면서 농부의 입장에서 열매가 없는 가지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에서 쓸모 없거나 죽은 가지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농부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농부이신 아버지가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를 잘라버리는데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열매 맺는 가지를 보호하려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부각시킨 것입니다. 열매를 맺게 하려고 농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를 잘 아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이 장면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열매를 맺지 않고 있는 가지를 잘라버리는 농부의 냉혹함을 비판할 유대인들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농부가 있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입니다. 농부라면 열매가 없는 가지를 쳐내야 합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이 열매가 없는 가지를 쳐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위입니다.
어떤 이는 열매가 없는 가지를 쳐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금 여기서 심판하시는 것으로 보려고 하지만 이는 지나친 해석입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해 멸망이 아닌 영생을 주시려는 계획을 세우셨기에 열매가 없다고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처럼 쳐내지 않으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열매를 맺게 하시려는 아버지 하나님의 노력입니다. 열매가 없는 가지를 찾아내어 즉각적으로 잘라버리는 일에만 몰두하시는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열매가 더 많아지도록 가지를 깨끗하게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이는 예수님을 믿는 이들을 하나님이 얼마나 애정을 갖고 대하시는를 잘 보여줍니다. 싸늘한 표정으로 죽은 가지를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냉정한 심판자의 이미지가 여기에는 없습니다. 연약한 가지라도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 적은 열매라도 열리도록 밤낮없이 돌보시는 자상한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바로 이런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에게 붙어있는 가지로서 우리는 작은 충격만 받아도 쉽게 부러질 수가 있습니다. 그런 우리를 하나님은 세심한 손길로 돌보십니다. 우리의 삶에 믿음의 열매가 열리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깊은 애정을 안다면 예수님의 가지로서 우리는 그분의 성품을 드러낼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에 나타나야 하는 믿음의 열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