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이 이르되 주여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
죽음의 길목에 서게 되면 누구든지 삶을 정리하게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그동안 걸어온 인생이 어떠했는지를 반추해 봅니다. 물론 미래의 계획은 세우지 않습니다. 죽음이 끝이기에 앞으로 하고자 하는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죽음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제자들로 깨닫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그들에게 돌아오실 것인데 그들은 그를 통해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갈 수 있는 길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보면서 하나님을 보게 될 것이고, 그를 알게 되면서 하나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보고 알았기에 그들은 하나님을 보고 아는 놀라운 경험을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제자들은 이제부터 예수님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따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다 잊어버린 것처럼 이상한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으로 빌립이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다’고 말한 것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를 알았고 또 보았느니라”고 하신 것을 듣고 빌립이 이렇게 요청한 것입니다. 육신의 눈으로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빌립은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고 할 정도로 이를 강렬하게 원했습니다. 하나님을 눈으로 봐야만 만족하겠다는 그의 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본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는 그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빌립의 요청에 대해 감정이 섞인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에서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난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함께 있었음에도 왜 나를 알지 못하느냐’고 하신 것인데, 이는 아직도 그를 알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에 실망했음을 나타내줍니다. 만약 예수님이 함께 있는 동안 자신의 실체를 숨겼다면 이렇게 반문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신비주의 방식으로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던 당시 종교 리더들과는 달리 예수님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제자들에게 다 보여주셨습니다. 매일 그들과 함께 생활하시면서 다 보여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실체를 다 설명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본문에서 보게 됩니다. 또한 예수님은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고 하시면서 자신을 본 자들은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따로 볼 필요가 없다고 하십니다. 이는 예수님을 보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버지를 보여달라고 말하는 빌립과 나머지 제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보고 아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하나님을 보여달라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임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을 보고 알아야 합니다. 비록 하나님은 ‘영’으로 존재하시고 우리의 눈으로 볼 수가 없을지라도 우리의 신앙 생활에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육신적으로 제자들과 함께 하셨던 그분의 삶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에 우리는 그를 통해 하나님을 새롭게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더이상 하나님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보여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을 보아야만 제대로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하나님을 보여주시면 만족하겠다고 한 빌립과 같은 태도는 우리를 그릇된 만족에 빠지게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만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그를 통해 하나님을 보고 알아감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을 더 깊이 묵상하고 그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을 보아야만 만족하겠다는 잘못된 접근을 막아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을 바르게 알아갈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