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3장 8절-9절 “꺾일 줄 알아야 달라진다” 2021년 6월 24일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시몬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옵소서.”

발을 씻어주는 행위로 인해 예수님과 베드로는 서로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한 쪽은 씻어 주겠다고 하는 반면 다른 쪽은 절대 씻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결정적인 한 마디를 하십니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이 말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베드로의 태도가 급변합니다.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옵소서.” 그가 무서워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절대 씻지 못하게 했던 그가 왜 이렇게 태도를 확 바꾸게 되었을까요? ‘네가 나와 상관이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 때문입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로 그에게 다가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관계가 깨진다는 의미였다면 예수님이 그의 발을 씻도록 내버려두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손과 머리까지도’ 씻어달라고 합니다. 이는 관계가 아닌 다른 의미로 그가 받아들였음을 보여줍니다. 발, 손, 그리고 머리까지 물로 씻어달라는 것은 예수님께 모든 것을 다 맡기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표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베드로가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는 점입니다. 절대 씻지 못하게 했던 그가 한순간 돌변해서 손과 머리까지 씻어달라고 한 것은 ‘네가 나와 상관이 없다’는 예수님의 한 마디 말 때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가 정확히는 잘 몰랐어도 자신의 고집대로 밀어붙이기보다 예수님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면서 이런 저런 갈등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생각에 이것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을 것같은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자꾸 그 부분을 파고드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불편한 마음으로 대항을 해봅니다. ‘제발 이것만은 안됩니다’는 마음으로 거절을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립니다. 이 이상 버티면 큰 일 날 것같은 감정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럴 때에는 고집을 꺾고 예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태도입니다. 본문의 베드로가 버티고 있다가 결국 자신의 고집을 꺾듯이 우리도 주님의 뜻에 우리의 의지를 꺾게 됩니다. 좀 더 일찍 고집을 꺾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주님의 뜻에 우리의 고집을 꺾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고집을 꺾고 나면 우리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본문에서 베드로가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 씻어달라고 했던 것처럼 주님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자신의 발을 절대 씻지 못하게 했던 베드로가 이제는 손과 머리까지 주님께 내맡기는 모습은 우리 삶에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변화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게 되면 반드시 삶의 변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고집이 이를 방해합니다. 주님이 말씀하신 것보다 우리의 경험과 상식이 더 좋다는 고집을 계속 부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이런 우리를 꺾으십니다. 절대 안된다는 우리의 생각을 허물어뜨리십니다. 그 뒤에 우리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바울이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1:21)고 고백한 것처럼 우리의 삶 모든 영역이 주님의 것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견고할 것 같은 믿음이 한순간 허물어지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시작된 변화는 주님의 능력 안에서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우리의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모두 주님께 맡기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런 변화가 우리로 더욱 더 주님을 의지하도록 이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