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3장 3절-6절 “낮아진다는 것은” 2021년 6월 22일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니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사회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경험을 합니다. 시대적인 간극인데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사회 관습이 우리와 달라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오늘 본문도 하나의 예인데, 당시 사회를 안다면 훨씬 더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저녁 식사를 끝내지 않은 시점에 예수님이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모습은 당시 사회 관습에서는 너무도 획기적인 행동임을 우리는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란 장면은 당시 사람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베드로가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라고 반문합니다. 이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상당한 충격을 받고 난 후에 보인 반응입니다. 다른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란 생각에 사로잡혔다가 자기 차례가 되자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입니다. 그는 자기 발을 씻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너무도 낯설고 이치에 맞지 않다고 여긴 것입니다. 사실, 본문에서 예수님이 보이신 행동은 당시 하인들이 주인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신분이 낮은 자가 높은 자를 대할 때에 취하는 행동입니다. 그렇기에 ‘주께서’ 어떻게 ‘내 발’을 씻기실 수가 있느냐고 베드로가 반응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신 상태에서 이렇게 행동하셨습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인지하신 상태에서 신분이 낮은 이들의 행동을 취하셨습니다. 제자들이 스승의 발을 씻기는 것이 정상적인데 예수님은 반대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으니 베드로가 놀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신분이 낮은 자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여주기식으로 위선적인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하셨던 것입니다. 1절,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가 말한 것처럼 제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이는 섬김을 신분이 낮은 자가 하는 행동으로만 알던 당시 사회 관습을 정면으로 깨뜨린 것입니다. 기준이 사회 관습이 아니라 ‘사랑’이었기에 이렇게 파격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이 시대 교회가 어떤 마음으로 서로 섬겨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섬김은 예수님처럼 낮아질 때에 가능합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위해 몸을 낮추고 무릎을 꿇어야 했던 것처럼 남을 섬기는 것은 낮아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오직 한 가지 기준인 ‘사랑’으로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가룟 유다의 발도 씻기셨을 것입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는지를 훤히 아셨던 예수님은 게의치 않고 그를 섬기셨습니다. 이는 그의 사랑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상대의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고 낮은 자세로 섬기는 모습은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잘 나타내줍니다. 이를 여기에 상세히 기록한 것은 교회가 이런 모습을 닮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사랑은 이렇듯이 섬기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삶의 자세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어떤 특정인이 아닌 예수님이 보여주신 섬김의 사랑을 닮아가야 합니다. 섬김의 사랑은 예수님처럼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형태로 드러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몸과 마음을 낮출 때에 진정한 섬김이 우리 삶 속에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를 낮추어 다른 이를 섬긴다면 어느 누구도 아닌 예수님이 가장 기뻐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