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3장 27절-30절 “영적 감각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2021년 7월 6일

“조각을 받은 후 곧 사탄이 그 속에 들어간지라 이에 예수께서 유다에게 이르시되 네가 하는 일을 속히 하라 하시니 이 말씀을 무슨 뜻으로 하셨는지 그 앉은 자 중에 아는 자가 없고 어떤 이들은 유다가 돈궤를 맡았으므로 명절에 우리가 쓸 물건을 사라 하시는지 혹은 가난한 자들에게 무엇을 주라 하시는 줄로 생각하더라 유다가 그 조각을 받고 곧 나가니 밤이러라”

예수님의 죽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가룟 유다 이야기는 인간적인 배신을 넘어 영적인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라”(요13:2)입니다. 또한 오늘 본문은 “조각을 받은 후 곧 사탄이 그 속에 들어간지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귀’ 또는 ‘사탄’의 활약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성경 기자는 유심히 관찰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가룟 유다의 죄를 덮어주거나 가볍게 해 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성경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영적 세계가 있음을 보게 해줍니다.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하는 과정에서 그의 마음을 지배했던 세력이 악의 영들임을 폭로함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당시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전혀 영적 세계를 감지하지 못하는 그들의 무감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무슨 뜻으로 하셨는지 그 앉은 자 중에 아는 자가 없고”란 부분은 아무리 예수님의 사랑을 받고 가까이 하는 이들일지라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또한 “어떤 이들은 유다가 돈궤를 맡았으므로 명절에 우리가 쓸 물건을 사라 하시는지 혹은 가난한 자들에게 무엇을 주라 하시는 줄로 생각하더라”는 대목은 합리적인 근거가 영적인 세계를 보지 못하도록 가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영적 세계를 인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해줍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물리적인 세계와 겹쳐 있는 영적 세계를 보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안으로 들어와 활약하는 영적 세계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도전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악의 세력의 활약은 우리를 긴장시킬 뿐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가룟 유다의 마음을 차지할 뿐 아니라 악을 행하도록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마치 공포 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또한 가룟 유다를 악의 세력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예수님을 죽음에 몰아넣은 가장 악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는 악의 세력의 노예가 되어 최악의 죄를 스스로 지은 사람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악의 세력이 얼마나 집요하게 물리적인 세계 속으로 들어와 어지럽히고 있는지를 주목해서 봐야 합니다. 이런 감각이 없는 제자들의 모습을 오늘 본문이 보여주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우리도 이런 무각감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감각 자체를 상실한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가룟 유다를 질책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우리 자신이 혹시나 영적 세계를 전혀 인지하지 않고 물리적인 세상에만 매달려 살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합리적인 추론으로만 상황 파악을 하거나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우리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악한 영의 세력에 맞서서 싸우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있지는 않은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해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고전5:6). 이는 한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허용해버리는 적은 누룩이 커져서 온 마음과 생각을 지배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룟 유다가 여러 번의 경고를 예수님에게서 들었음에도 적은 누룩을 허용함으로 결국 온 마음을 사탄에게 지배당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물리적 세계에 사로잡혀 영적 세계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채 살아간다면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예수님과 반대되는 쪽으로 흘러갈 수가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예수님과 반대 편에 서서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영적인 면에서 커다란 문제를 갖고 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이런 불행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영적 감각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예수님을 항상 가까이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