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3장 20 “혼자 가는 길이 아니기에” 2021년 7월 1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보낸 자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니라”

어느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일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함께 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런 순간이 곧 올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물론 그들은 그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떠날 것이고 그들은 그가 없는 세상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날이 올 때에 그들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미리 일러주기까지 하십니다. 그러나 이 말이 제자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로 들릴 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오늘 본문에서 “내가 보낸 자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란 말씀을 제자들에게 하십니다. 그가 떠난 후 남겨질 제자들을 향해 이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가 제자들을 떠날 것이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내가 보낸 자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라고 하신 것은 그들을 홀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위로의 말씀입니다. 제자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신다는 이 놀라운 가르침은 후에 제자들의 삶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게 됩니다. 예수님이 육신으로 그들과 함께 하지 않지만 그에 의해 보냄받은 자라는 인식을 뚜렷이 하면서 담대하게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모습을 나타내게 됩니다. 제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철저히 예수님 안에서 세우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 예수님이 보낸 자라는 확신을 갖고서 세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예수님과 그가 보낸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 끈끈한 유대감은 세상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특징입니다. 육신으로 떠나 있지만 영원히 함께 한다는 이 일체감은 그냥 이론에 불과한 공허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수님에 의해 보냄받은 이들이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제자들이 초대 교회를 형성하면서 이 일체감을 어떻게 느꼈는지를 우리는 사도행전에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바울은 예수님과의 일체감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12:27)는 말씀이 대표적입니다. ‘내가 보낸 자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보냄받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와 우리는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무엇도 이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표하는 자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며 그런 우리를 받아들이는 이들은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어 우리와 한 몸이 됩니다. 이런 역사가 자주 목격되는 곳이 바로 교회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그냥 모이는 곳이 아니며 서로 친목을 다지기 위해 모이는 곳도 아닙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며 세상이 이들을 영접해야 그리스도를 영접할 수 있을 정도로 귀한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교회를 “내가 보낸 자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란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에 의해 세상 속으로 보냄받은 이들인 교회는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혼란을 겪거나 오해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에 의해 보냄받은 이들입니다. 우리를 영접하는 것은 곧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이며 하나님을 영접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느끼게 하지만 우리가 혼자 남겨진 존재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이렇듯이 우리는 이제부터 혼자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수님의 몸으로 함께 가는 이들입니다. 지금도 우리를 영접하면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각을 갖고서 세상을 담대히 살아가야 합니다.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 아니라 따스함이 가득한 즐거운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