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3장 1절 “사랑으로 연결된 관계” 2021년 6월 18일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우리는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유언을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말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보통 부모가 자녀에게 남기는 유언은 ‘서로 화목하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죽은 부모의 유언이 단순한 말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들이 얼마나 그 유언을 잘 지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오늘 본문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시점임에도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란 부분은 분명히 죽음을 앞둔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유언의 말이 아닌 그의 사랑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이는 뭔가를 요구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포기하지 않고 행하시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나타내시는 이 장면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대목입니다. 이는 예수님이 살아 있는 동안에만 사랑하신다는 의미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지금 여기서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지만 이 사랑은 끝까지 지속된다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이는 죽음 이후에도 자기 사람들을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대하신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세상을 어느 정도로 사랑하셨는지를 예수님을 통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3:16)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 자체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증표입니다. 이 말은 예수님이 오셔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셨고 이 사랑을 끝까지 지켜내셨다고 본문이 증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육체적으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시지만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놀라운 사랑을 받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본문은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믿는 모든 이들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님과 그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무엇인지를 보게 됩니다. 이 둘 사이는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비율적으로 균등한 쌍방간의 사랑이 아니라 한 쪽의 일방적인 사랑이란 점입니다.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이 점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서로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한 쪽에서 쏟아지는 사랑에 압도되어 다른 쪽이 서서히 그 사랑에 반응하는 모습을 우리는 교회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교회는 끊임없이 예수님의 사랑에 의해 자극받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 사랑이 어떤 환경에도 변치않고 우리를 품는지를 확인하면서 우리도 조금씩 사랑으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의 풍성한 사랑에 우리의 마음이 녹게 되며 우리의 삶의 방향도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신앙인들을 우리는 성경뿐 아니라 교회사 전체에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매정해도 예수님의 사랑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랑은 모든 비정한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녹일 수가 있습니다. 이 사랑이 세상에 넘치고 있기에 우리는 지금도 소망을 품고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 사랑을 세상에 전할 수가 있습니다. 이보다 더 위대한 사랑은 없기에 우리는 오늘도 이 사랑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반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