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2장 31절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싸운다는 것은” 2021년 6월 3일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

법보다 주먹이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코 앞에 닥친 위기를 가장 크게 생각하기에 이런 말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당장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우리의 성향도 한 몫을 합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도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로마 제국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닌 한 나라의 운명이 달린 거대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출현하시기 전부터 이 일을 해내겠다고 영웅처럼 활약했던 유대인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돌풍만을 일으킨채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예수님이 출현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활약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당대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손쉽게 해결하는 모습에 그들은 열광을 했습니다. 가난과 기근, 질병, 국가적 재난 등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예수님에게 있음을 알게 된 그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사건이 바로 죽은 나사로의 부활입니다. 이제는 죽은 자까지도 다시 살리는 그의 능력 앞에서 사람들의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를 향해 ‘이스라엘의 왕이여’라며 공개적으로 칭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퍼즐은 로마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이것만 해결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간절한 소망이 그들의 마음을 가득채웠습니다.

예수님이 진정 이스라엘의 왕이라면 가장 먼저 해결할 일은 이렇듯이 로마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일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그런 뉘앙스를 주는 듯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 과연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은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요? 또한 ‘이 세상의 임금’의 실체가 누구였을까요? 당시 세상을 지배한 나라는 로마였기에 이 내용은 얼마든지 로마의 멸망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로마의 멸망과 황제의 죽음을 말씀하신 것이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좀 더 궁극적인 이야기를 하신 것입니다. 로마 제국 뒤에 숨어 왕노릇하는 영적인 실체를 가리켜 그는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실력자가 로마 황제처럼 보여도 그는 실제적인 지배자가 아니었습니다. 거짓의 아비인 마귀가 이 세상의 지배자입니다. 이를 두고 바울은 에베소서2:2에서 “공중의 권세 잡은 자’라고 하면서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 역사하는 영”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드로도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벧전5:8)라고 그 실체를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마귀는 곧 사탄을 가리키는데, 이 세상을 지배하는 실제적인 권력자입니다. 그런데 이를 심판하는 날이 코 앞에 다가왔으며 이를 쫓아낼 것이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는 예수님이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오셨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죄와 죽음으로 세상을 지배하던 마귀를 멸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죽음과 부활로 이를 성취하셨습니다. 실제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은 이루어졌고 세상의 임금은 쫓겨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죄와 죽음은 기세등등하여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헤매고 있습니다. 마귀는 쫓겨났고 예수님은 하늘 보좌 우편에서 승리자로서 우리를 보호하고 계신다면 왜 이렇게도 여전히 죄와 죽음이 기승을 부리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를 실망시키는 대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이제부터 누구와 맞서서 싸워야 하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을 잊지 않고 잘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을 게을리하게 되면 우리는 어느 순간 영적인 패배자로 남게 됩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안에서 우리는 이미 승리자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승리가 남았기에 이 땅에 있는 동안 영적인 싸움을 계속해야 합니다. 우리는 승리자로서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 싸우고 있음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