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2장 23절-24절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2021년 5월 28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안전한 지역에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우리는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것이 깨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무척 당황합니다. 안전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지는 고통에 휩싸이게 됩니다. 요즘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우리의 마음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놓고 고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오늘 본문은 어찌보면 가장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예수님이 너무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힘 있는 이들이 합세하여 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의연함을 보여준 것입니다. 안전하고 평안한 곳에서 큰 소리를 친 것이 아닙니다. 살벌한 전쟁터 한 가운데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고 외치신 것입니다. 이는 그의 죽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예고하신 것입니다. 소위 ‘나는 전혀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신 것입니다. 전혀 죽을 일이 없는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한 말이 아니라 곧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렇게 당당히 외친 것입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렇게 당당할 수 있게 만들었을까요? 24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이 은유에서 해답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죽음이 수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다는 것을 아셨기에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셨던 것입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해 많은 열매가 열린다니 이보다 더 값진 죽음이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장기 기증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숭고한 죽음을 기념하는 시대입니다. 하물며 한 사람의 죽음으로 수많은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면 그 죽음을 얼마나 더 귀하게 여겨야 할까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죽음을 예수님이 겪으신 것입니다. 우리는 그의 죽음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죽음을 겪으셨는지를 복음서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의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을까요? 이 죽음의 가치를 아는 이들은 어떤 모습이든 달라질 수 밖에 없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다행히도 이런 달라진 모습을 성경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 현장에서는 비록 도망을 쳤지만 나중에는 오직 예수님만을 위해 살다가 죽음도 불사했던 베드로 이야기, 예수를 가장 미워해서 교회를 잔인하게 핍박했지만 나중에 그의 죽음의 가치를 알고 모든 삶을 오직 그만을 위해 살았던 바울의 이야기는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하나의 밀알이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처럼 교회 역사에서 예수님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도 그 중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예수님의 죽음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을 항상 성경을 통해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죽음이 얼마나 많은 열매를 가져오는지를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열매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각각의 장소에서 그의 죽음을 기념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지닌 이들로서 이 땅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를 교회를 보면서 우리는 매순간 확인하게 됩니다. 그의 죽음의 열매인 교회는 이제부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오겠지만 그 순간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을 생각한다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지닌 자로서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도 당당히 우리의 신앙을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