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2장 12절-13절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2021년 5월 24일

“그 이튿날에는 명절에 온 큰 무리가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오신다는 것을 듣고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맞으러 나가 외치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여 하더라”

군중 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였을 때 자제력을 잃고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어떤 일에 대해 집단적인 행동을 할 때 이 심리가 작동을 합니다. 그 일의 내용과 성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군중에 휩쓸려 집단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군중 심리가 어느 정도 작동하는 듯한 장면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데, 그것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군중에 휩쓸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 행동은 종려나무 가지를 갖고서 예수님을 환영한 것입니다. 어떤 주석가는 이를 로마로부터의 민족적 자유를 쟁취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움직임이 집단화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열망이 한꺼번에 분출된 상황입니다. 그들은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라면서 예수를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새로운 왕을 추대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왕이 있었음에도 예수를 ‘이스라엘의 왕’이라 공개적으로 부른 것은 상당히 정치적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이스라엘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구출해줄 것을 고대한 것입니다.

로마의 지배를 받던 유대인들이 나라의 독립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를 해낼 수 있는 인물을 고대했던 상황에서 예수란 젊은 사람이 혜성처럼 그들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 사람이 한 행동과 말을 종합해볼 때에 충분히 나라의 독립을 이루어줄 수 있다고 사람들은 판단을 했습니다. 당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여러 영웅들이 출몰했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예수란 사람은 좀 더 특별하게 보였습니다. 그가 행한 기적들은 하나님이 보내시지 않고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구약에서 이스라엘을 애굽의 치하에서 구출했던 하나님이 이제는 예수를 통해서 로마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실 것이란 소망이 이 시점에서 집단적으로 표출된 것입니다. 이들의 열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로마로부터 해방시켜주실 것이란 소망을 품은 것 자체가 그릇된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오해한 것은 마치 개선 장군처럼 로마를 전복시키는 왕으로 예수를 바라본 것입니다. 예수의 모든 말과 행동을 정치적인 의미로만 해석한 나머지 다른 관점을 전혀 보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시는 방식이 예수라는 인격체를 통해 실현된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민족 해방만을 꿈꾼 그들의 바램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예수의 오심과 삶의 방식, 그리고 수많은 기적과 가르침들을 자칫 잘못하면 우리의 욕망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오용할 수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오셔서 행하신 모든 일들의 방향과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마치 군중 심리에 휩쓸려 바른 판단을 못하듯이 이리 저리 흔들릴 수가 있습니다. 이 땅에 임한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의 인격과 삶, 구체적으로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실현됩니다. 이 나라에 우리는 초대를 받았고 그 나라에 속한 이로서 이 땅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 땅이 만들어낸 수많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익숙한 우리가 이제부터는 새로운 나라에 속한 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어떻게 상충되는지를 실제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 때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예수님이 이루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바로 이 틈 사이에서 우리는 신앙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 사이에 낀 존재로서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이 드러내신 나라에 맞추어 살아가야만 이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욕망들과 맞서서 싸울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아닌 주님이 원하시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순종하면서 우리는 주님의 길을 걸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