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예수께서 다시 유대인 가운데 드러나게 다니지 아니하시고 거기를 떠나 빈 들 가까운 곳인 에브라임이라는 동네에 가서 제자들과 함께 거기 머무르시니라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우매 많은 사람이 자기를 성결하게 하기 위하여 유월절 전에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더니 그들이 예수를 찾으며 성전에 서서 서로 말하되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가 명절에 오지 아니하겠느냐 하니 이는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누구든지 예수 있는 곳을 알거든 신고하여 잡게 하라 명령하였음이러라”
‘속 빈 강정’이란 말은 ‘아무 실속이 없이 겉만 그럴 듯한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포장만 화려할 뿐 내용은 형편없는 것과 같습니다. 실력은 키우지 않고 겉멋만 잔뜩 들어 허세만 부리는 사람을 일컫기도 합니다. 신앙적으로도 얼마든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놓친채 외적인 형식만 중요시 여기는 경우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이런 신앙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우매 많은 사람이 자기를 성결하게 하기 위하여 유월절 전에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더니”란 장면이 나옵니다. 유대인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의 구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절기입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이스라엘을 애굽의 박해에서 구하셨는지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장면도 없습니다. 이 날을 지키기 위해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오는 일은 전혀 번거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성결하게 하기 위한’ 거룩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유월절을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최선을 다해 준수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려는 유대인의 열심을 보는 동시에 우리는 예수를 유대 권력자들에게 넘겨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본문에서 보게 됩니다. 그들은 성전에 서서 예수를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가 명절에 오지 아니하겠느냐”면서 서로 의논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본문 57절은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누구든지 예수 있는 곳을 알거든 신고하여 잡게 하라 명령하였음이러라”고 기록하면서 그들이 예수를 찾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온 유대인들이 예수에 대해서는 매우 적대적인 마음을 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죽음은 이스라엘과 온 세상을 위한 것으로 하나님이 이를 위해 이 땅에 그를 보내셨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의 실제 주인공이신 것입니다. 하지만 유월절을 지키러 온 유대인들은 이를 전혀 보지 못한채 예수를 잡아 권력자들에게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한 명의 유대인에 불과할 뿐 참 유월절의 어린양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소개하면서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도 자기 자신을 하나님이 보내신 생명의 떡이라 설파하셨습니다. 그런데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유월절을 지키는데에는 열심을 품었던 이들이 정작 하나님이 보내신 참 유월절 어린 양이신 예수님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냉담할 수 있었다니 신앙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놓친채 껍데기만 붙들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새삼스레 마음에 와닿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우리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신앙 생활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명령하신 것을 지킨다고 하지만 알맹이는 빠진채 형식만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예수를 놓친채 모세의 율법인 유월절을 지키는 유대인의 모습이 혹시 우리에게도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특정한 구절이나 명령에만 매달려 있다면 신앙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전체 속에서 부분을 보아야 하듯이 우리는 예수님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성경 구석 구석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제대로 지킬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