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1장 43절-46절 “아무리 위대한 일을 보아도” 2021년 5월 11일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 마리아에게 와서 예수께서 하신 일을 본 많은 유대인이 그를 믿었으나 그 중에 어떤 자는 바리새인들에게 가서 예수께서 하신 일을 알리니라”

죽은 자 앞에서 통곡하는 가족의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죽은 자에게 말을 하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미안하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편히 쉬라는 말을 죽은 자에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은 자에게 뭔가를 하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죽은 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느 시대에 살든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이런 상식을 깨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죽은 자를 향해 큰소리로 뭔가를 하라는 명령을 내리십니다. 굴로 된 무덤에 안치된 나사로에게 “나오라”고 하신 것입니다. 여러 번에 걸쳐 주문을 외우듯이 한 것이 아닙니다. 단 한 번 큰소리로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입니다. 무덤에 있던 나사로가 걸어나오는 것입니다.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 이 장면은 죽었던 자가 살아났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시체를 향해 나오라고 했더니 진짜로 죽은 자가 걸어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는 실제 상황인데,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죽은 자가 살아난 것이 아닌 누가 이 일을 해냈느냐입니다. 나사로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본문이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죽은 자가 어떻게 살아날 수가 있느냐가 아닌 이 일을 해내신 예수님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이 일을 또 하실 수 있느냐라거나 지금도 가능하냐란 질문에 우리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됩니다. 이미 행하신 일에 우리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야 합니다. 예수님이 죽은 자를 살려낸 이 일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거나 지어낸 이야기로 폄훼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기에 이 사실 자체를 우리는 붙들어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믿을 수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있을지라도 죽은 자를 살려내신 이 일 하나로 우리는 충분해야 합니다. 더 이상 죽은 자를 살려내지 않아도 예수님을 믿는 일에는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죽은 자에게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의 능력은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이제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믿음으로 반응하는 이들과 달리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비열한 모습을 본문에서 보게 됩니다. “그 중에 어떤 자는 바리새인들에게 가서 예수께서 하신 일을 알리니라.” 이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일종의 고발인데, 예수를 이대로 놔두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당시 권력자들에게 알린 것입니다. 죽은 자를 살린 일까지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유불리를 따지는 인간의 저열함이 폭로되는 순간입니다.

죽은 자를 살린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람은 이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더 보여주어야 충분할까요? 개인의 필요를 채워주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보여준다고 만족할 수가 있을까요? 인간의 욕망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채워질 수 없는 깨진 항아리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됩니다. ‘예수께서 하신 일을 본 많은 유대인들이 그를 믿었다”란 장면을 놓치면 안됩니다. ‘그를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위대하고 놀라운 일을 보여 주어도 개인적인 이익을 따지는 이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렇듯이 믿음으로 반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것이 기독교 복음이 갖고 있는 영적인 힘입니다. 죽은 자를 살려내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 지금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일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신 일을 듣고 믿음으로 반응하는 이들의 행렬은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